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물갈이되고 있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코스닥시장에선 10개 종목 모두 순위가 바뀌었다. 미국 엔비디아발 인공지능(AI) 랠리에 이어 밸류업 정책,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바이오주와 금융주가 새롭게 주도주로 부상했다.
전기차 성장세에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2차 전지주는 올해 순위가 하락했다. 이번달 미국의 금리인하와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까지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시총 5위로 삼성전자우를 제치고 한 계단 상승했다. 인도법인 현지 기업공개(IPO) 추진 및 기대 이상의 주주환원 정책 영향으로 올 들어 몸집이 11조원 불어났다. 셀트리온은 7위로 셀트리온헬스케어(코스닥)와 지난해 합병하면서 순위가 5계단 뛰어올랐다. 기아는 8위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상반기 밸류업 정책 윤곽이 들어나고 배당주 매력이 부각되며 금융주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순위권 밖에 있던 KB금융(17위)과 신한지주(18위)가 나란히 8계단씩 오르며 각각 9위 10위에 안착했다. 반면 2차전지 관련주인 POSCO홀딩스는 7위에서 11위로, 삼성SDI도 11위에서 14위로 떨어졌다. 네이버도 라인야후 사태와 경쟁 심화, LG화학 역시 배터리 업황 둔화로 10위권을 이탈했다.
의료기기와 의약외품 등을 판매하는 HLB도 지난달 말 시총 3위에 올랐다. 기존 코스닥 대장주였던 에코프로비엠은 2위로, 2위였던 에코프로는 4위로 밀려났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 들어가면서 이들의 주가도 올 들어 30~40% 넘게 빠졌다. 2차전지 전해액 생산 기업 엔켐은 성장성이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 39위에서 5위로 폭등했다.
이밖에 삼천당제약(24위→6위), 리가켐바이오(25위→7위), 휴젤(23위→8위), 클래시스(15위→9위) 등 의약품 연구개발·제조 및 의료기기 관련 기업들이 대거 10위권에 입성했다. 리노공업(10위)만 유일하게 반도체 부품사로 순위권에 들었다. 신분이 상승한 종목도 있다. 코스닥 시총 4위와 5위를 기록했던 포스코DX, 엘앤에프는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HPSP(9위→14위)와 JYP Ent.(10위→18위)는 부진한 실적으로 순위를 뺏겼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하로 당분간 바이오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AI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금리인하, 밸류업 수혜가 기대되는 헬스케어주와 금융주, 미국 신정부 정책 관련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인하 수혜에 해외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의료기기주도 오름세"라면서 "이달 초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최 소식 등도 헬스케어 업종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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