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가 많은, 아니 빈자리뿐인 엄마였어. 그래서 자신이 없네."
SBS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로 커리어를 쌓아온 차은경(장나라 분)은 가정보다는 일이 우선이었던 자신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에서는 누구보다 '잘 나가는' 변호사였지만, "너한테 나랑 재희(딸)는 늘 2순위"라고 다그치는 남편의 말에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실제로 일하는 엄마(워킹맘)가 7년 전과 비교해 1.5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퇴사를 고민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 6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워킹맘의 비율은 78.4%를 차지했다. 앞서 2017년 고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여성 5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워킹맘 비율이 53.8%였다. 7년 만에 24.6%포인트 늘었다. 약 1.5배 증가한 수치다.
워킹맘 10명 중 8명 이상(83.8%)은 일을 그만두는 것을 고민해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때(복수응답)를 묻자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60.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직접 공부를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57.5%), '아이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 때'(50.8%), '육아와 일 모두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을 때'(47.9%),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쳤을 때'(37.1%) 순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일하고 있는 이유(복수응답)는 '경제적인 사정'(83.6%)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2위는 '경력 단절을 원치 않아서'(41.1%), 3위는 '자아실현을 위해'(13.9%)였다.
다만 워킹맘의 상당수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손이 많이 가는 시기에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6.2%가 '앞으로 일을 그만둘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자녀의 평균 나이가 8.9세일 때를 가장 적절한 시기로 꼽았다.
한편 현재 일을 하지 않는 엄마(전업맘)의 경우도 79.5%가 '과거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당시 일을 그만둔 배경에는 '자발적 사유'(68.1%)가 주변의 권유 등 '비자발적 사유'(31.9%)보다 많았다.
이들의 73.3%는 '향후 다시 일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다시 일하고 싶은 이유(복수응답)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71.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적인 사정'(57.6%), '이제 나를 위해 살고 싶어서'(36.5%) 등이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49.5%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 부모의 직장 내 근로 시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이후 복직 의무화'(14.5%), '늘봄학교 등 공교육의 자녀 돌봄 제도 확대 및 강화'(12.6%), '등·하원 도우미 등 자녀 돌봄서비스 비용 절감 및 공제 제도 강화'(9.9%) 등도 필요한 것으로 언급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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