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후년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을 제시하고 중증 암 수술 등 3000여개 저보상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안을 내놓는 등 의료계에 대한 '당근책'을 내밀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투쟁 방안 논의를 위해 지난 31일 모인 의협 대위원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의사가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내려놔야 한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투쟁선언문을 발표한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30일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9월부터 의료인력 수급과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를 마련해 의료계가 참여 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규모에 대한 조정도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1509명인 2025학년도 증원분은 조정이 불가능하지만 그 이후 정원 조정에 대해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의협 측은 이날 2025학년도를 비롯한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전체의 '철회 및 전면 재검토'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성근 의협 대의원은 투쟁선언문에서 “대통령이 의대증원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수시 모집이 곧 시작되지만 선발은 12월”이라며 “수시 모집이 정원 확정이라고 미리 (고개를) 떨구지 말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싸움은 선제공격을 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치는 쪽이 지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싸움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번에 통과한 간호법은 진료지원(PA) 간호사의 합법화 등이 핵심 내용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법과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통과시키라는 명령하에 일사불란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친위부대처럼 (간호법을) 통과시켰다”며 “우리 모두는 10년 후를 생각해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비상진료체제 속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병원장과 병원의 보직을 가진 의대 교수를 향해 "단지 의사가 환자 곁에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조차도 내려놓아야 한다"며 개원의들에게는 "젊은 의사들에게 선배 의사들의 행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 바로 일어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1만명이 넘는 전공의가 현장에서 이탈했지만 의료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배 의사들이 집단 행동에 참여하지 않아 투쟁 동력이 사라졌다는 인식 하에 이들의 동참을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