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돈 많아도 법위에 있는 것 아냐"…브라질, 칼 빼들었다

입력 2024-09-01 15:56   수정 2024-09-01 16:1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SNS 플랫폼 X(옛 트위터) 서비스를 차단했다. X에서 이뤄지는 증오·인종차별 메시지 유포·재생산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이들이 진출한 국가 정부의 갈등이 최근 잇따라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북한 등 통제에 따르지 않는 플랫폼을 전면 차단한 권위주의·독재 국가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플랫폼 기업들이 표현의 자유와 기업 활동의 자유 등을 무기로 팽창해 국가의 사법 주권과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칼 빼드는 각국 정부
1일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은 대법원의 결정으로 지난달 31부터 자국 내 X 서비스 접속을 차단하고,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X 앱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개인과 기업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X에 우회 접속하다 적발되면 하루 5만헤알(1200만원 상당)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초 법원이 2022년 대선을 전후로 X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폭동을 선동하는 등 특정 콘텐츠 삭제와 몇몇 계정의 차단을 명령했으나 X가 이를 대놓고 거부해서다. 이번 조치가 대형 기술 기업들이 다른 나라, 특히 가난한 국가의 법률을 무시하는 데 대한 본보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브라질에서는 누구든 브라질 헌법과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며 "돈이 있다고 해서 그(머스크)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주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를 체포해 기소했다. 플랫폼 사용자의 불법 행위를 막지 않고, 프랑스 사법부의 협조 요청을 무시한 혐의다. 텔레그램은 한국 정부의 성범죄 관련 수사 협조 요청에도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 기업의 자유를 앞장서 주장하는 미국도 인기 동영상 SNS 플랫폼 틱톡이 자국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중국에 정보를 넘길 위험이 있다며, 기업 소유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차단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세금 회피 등 전방위 갈등
정부의 과세권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상당수 플랫폼 기업이 수익을 내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본국에만 세금을 내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지난 6월부터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해 온라인 장터, 온라인 타깃 광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자 정보와 관련된 매출에 3%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과세 대상 기업의 본국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0일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분쟁 해결 협의절차 개시를 요구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을 겨냥해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취지다.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2020년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했고 오스트리아,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도 잇따라 과세에 나섰다. 미국 USTR은 보복 관세 등의 조치를 검토했으나 현재는 보류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각국의 디지털 서비스세마저 효과적으로 회피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영국 시민단체 텍스워치의 클레어 랄프 이사는 가디언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등 7개 플랫폼 기업의 2021년 수익을 추산하면 영국에 28억 파운드의 세금을 냈어야 하는데 법인세와 디지털 서비스세는 7억5300만파운드만 걷혔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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