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8)이 자신을 향한 대중들의 평가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또 78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13년간 해온 운동을 꼽았다.
윤여정은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했다. 윤여정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을 향해 '시크함', '쿨함'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데 대해 "과거에는 목소리가 이상하고, 연기를 감정적으로 안 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환갑 넘으니 '멋있다'고 하더라"며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고 이러는구나 싶었다. 멋있어야 할 것 같아서 짜증 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진행자 손석희가 "대중이 윤여정의 연기와 인생의 서사를 알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윤여정은 "그래서 더 기분 나쁘다. 누구의 인생도 쉽지 않지 않으냐"며 "배우라서 알려진 사생활에 연민과 동정인가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삐딱한 부분이 있어서 기분 나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멋있어 보여야 하나 고민한다"고 했다
'78세의 나이에 해외를 오가며 작품 활동하는 체력적인 힘겨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해외 촬영할 때는 2주 전에 가서 시차 극복을 한다"며 "65세부터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전에는 안 했는데, 지금까지 13년간 꾸준히 했다"며 "최화정이 운동 트레이너 소개해 줬는데 '운동 안 했으면 아카데미 거기 못 올라갔을 거'라고 하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2021년 영화 '미나리'를 통해 수상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일담으론 "상 받을 줄 몰랐다. 아카데미 시상식 가본다고 하는 가벼운 심정이었는데, 오스카 후보로 지명된 후 문자, 전화로 선후배의 응원이 쏟아졌다"며 "그게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육체적으로 불편해지고, 불편해지니까 불쾌해지더라"며 "이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싶더라. 잘 늙어서 곱게 죽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게 쉽지 않지 않냐. 나이 듦을 감으로 느낄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면서도 "그래도 살아있는 한, 자기 일상을 살다가 가는 게 제일 행복한 죽음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해 깊은 감동을 전했다.
또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 전쟁 난민을 위해 달았던 푸른색 리본도 언급했다. 윤여정은 "주최 측의 권유로 리본을 달았다. 나도 이북에서 넘어온 난민 출신이다"라며 "인류애적 행동과 정치적 성향은 구분돼야 하지 않나"라고도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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