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9년간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 최초로 홈구장 50골, 원정 50골, 어시스트 50개 이상의 기록을 쌓는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요즘 잠깐의 부진이 있다고 해서 그의 화려한 과거를 부정할 수는 없다.
EPL에서 기성용 선수가 몸담았던 스완지 시티라는 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이 팀의 덴마크 출신 미카엘 라우드루프 감독도 한때 스타 선수였다. 한 기자가 그가 거친 팀들의 화려했던 면면을 거론하자 그는 “고마운 말인데, 전 과거에 젖어 사는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그 말에 기자가 한마디 더 붙여 썼다. “그러나 과거는 그와 함께 살고 있다.” 과거를 부정해도 과거 자체를 없애 버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심장은 멈췄지만, 트윗은 계속 날릴 수 있어요”라는 문구는 2013년 설립된 라이브스온(LivesOn)이란 회사의 광고 문구다. 지금은 ‘X’로 이름이 바뀐 트위터에서 개인이 직접 날린 트윗, 리트윗과 ‘좋아요’를 누른 행적만으로 사후에도 하루하루의 사건이나 상황에 맞춰 살아 있는 것처럼 트윗을 날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꽤 있다. 이 회사는 “디지털 세상에서 삶을 이어가십시오” “죽은 이후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당신의 생일 파티도 놓치지 마세요”라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죽어도 죽지 않은’ ‘죽은 자의 소셜미디어’ ‘계속 나아가는 사람’ ‘유령이 전하는 메모’ 식의 이름이 그들의 서비스를 전하고 있다.
사후 SNS를 제공한다는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과거 포스팅을 분석한 뒤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계속 새로운 글을 올린다고 한다. 당사자에 가까운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목소리까지 담은 동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올해 6월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는 이런 서비스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7월 중순에 세상을 뜬 한 선배는 생전 페이스북에서 자주 소통했다. ‘과거의 오늘’이란 섹션에서 내가 올린 글에 남긴 그 선배의 댓글을 매일 서너 개씩 본다. 흠칫 놀랄 때가 많지만 잠시라도 고인을 추억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와 함께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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