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동해 심해 유전 관련 논쟁을 지켜보며 과학기술자 중 한 명으로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장의 과학기술자는 불확실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데, 궁금함을 지닌 대부분 사람은 확실한 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형국이다. 확실한 답을 내놓으라고 하니 과학기술자들은 확실하지도 않은 답을 확실한 답처럼 보이게 하려고 갖은 방안을 동원한다. 불확실한 답을 찾는 과학기술에 대한 몰이해가 만들어낸 촌극이다.
불확실하게 들리는 대답이 현 단계에서 최선의 과학기술적인 답안임을 이해해야 한다. 보이지 않고 매우 복잡한 지하 공간을 조사·분석하고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갖은 방법으로 아주 소량의 정보를 얻어 이를 과학기술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해 전체를 예측해 보는 시도다. 무모해 보일 정도로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이 아니기 때문에 감히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가능성을 찾았다’라는 말에 의심을 품는다. 그래서 좀 더 명확하고 확실한 답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그 답을 검증하고 싶어 한다. 과학기술자들은 고육지책으로 전문적이고 확실한 답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답을 내놓는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시추 사업을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대충 하자는 말이 아니다. 불확실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에 더욱 엄격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의 논란을 교훈 삼아 투명하고 과장 없는 결과를 내놔야 한다. 현재의 탐사 시추가 불확실한 답을 찾는 과정이고 불확실한 단계라는 것을 가감 없이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석유·가스 개발 과정과 방법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 첫 시추 결과가 나쁠 경우 최선의 답을 도출한 과학기술적 결론이 거짓말 혹은 무능력함으로 판정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탐사와 시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석유·가스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가능성을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한두 번의 실패에서 생기는 의심과 질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멈추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탐사와 시추가 한 방을 노리는 도박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해외 굴지 석유기업도 실패를 거듭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석유·가스전을 찾는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윽박지르기보다는 탐사 성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날 들려올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성공 소식을 차분하고 끈기 있게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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