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대법원이 SNS 플랫폼 X(옛 트위터) 서비스를 차단했다. X에서 이뤄지는 증오·인종차별 메시지 유포·재생산과 관련해 조치를 요구했으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거부한 데 따른 조치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진출 국가 정부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과 북한처럼 플랫폼을 전면 차단한 권위주의·독재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선 표현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 등을 통해 플랫폼의 영향력이 높아지며 각국 사법 주권과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 돈 있다고 맘대로 할 수 없어”
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은 대법원 결정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자국 내 X 서비스 접속을 차단하고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X 앱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개인과 기업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X에 우회 접속하다 적발되면 하루 5만헤알(1200만원 상당)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초 법원이 2022년 대선 전후로 X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폭동을 선동하는 등 특정 콘텐츠 삭제와 일부 계정 차단을 명령했으나 X가 이를 거부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브라질에선 누구든 브라질 헌법과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며 “돈이 있다고 해서 그(머스크)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주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를 체포해 기소했다. 플랫폼 사용자의 불법 행위를 막지 않고 프랑스 사법부의 협조 요청을 무시한 혐의다. 텔레그램은 한국 정부의 성범죄 관련 수사 협조 요청에도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 앞서 미국도 인기 동영상 SNS 플랫폼 틱톡이 자국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중국에 정보를 넘길 위험이 있다며 기업 소유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차단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세금 회피 문제도 갈등
각국 정부의 과세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상당수 플랫폼 기업이 수익을 내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본국에만 세금을 내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캐나다는 지난 6월부터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해 온라인 장터, 온라인 타깃 광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자 정보와 관련된 매출에 3% 세금을 부과했다. 과세 대상 기업의 본국인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0일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분쟁 해결 협의 절차 개시를 요구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미국 거대 기술 기업을 겨냥해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취지다.
다른 국가에서도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2020년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했고 오스트리아,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튀르키예 등도 잇달아 과세에 나섰다. 영국 시민단체 택스워치의 클레어 랄프 이사는 가디언에 “알파벳,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의 2021년 수익을 추산하면 영국에 세금 28억파운드를 냈어야 하는데 실제 법인세와 디지털 서비스세는 7억5300만파운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