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개 주력 품목 중 7개 품목의 수출이 늘어난 가운데 반도체가 38.8% 증가한 119억달러로 증가세를 견인했다.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4.3% 감소한 51억달러로 주춤했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수출시장 중 미국(11.1%), 중국(7.9%) 등 8개 지역에서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7.5% 감소한 수출이 이처럼 반전을 연출하면서 연간 수출액의 한·일 간 역전도 코앞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9.1%로 중국(홍콩 포함, 5.2%) 등 글로벌 상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았다. 독일과 네덜란드,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는 오히려 감소했다.
오랜 경쟁 관계인 일본과의 수출 격차는 지난 상반기 35억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2분기에는 우리 수출액이 일본을 14억달러 앞섰다. 2011년 이후 지속적인 수출 감소세를 겪는 일본은 엔화 약세에도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기계류의 부진으로 회복이 더디다. 지난달과 같은 호조세가 이어지면 올해 일본 추월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승일(勝日)을 차치하더라도 수출은 한국 경제의 절실한 보루다. 비록 낙수효과가 줄었다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국가 재정 상태를 감안하면 내수 진작과 민생경제 회복도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은 극도로 불투명하다. 중국에 이어 미국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우리 수출이 큰 타격을 입는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반도체 업황도 낙관하기 어렵다. 11월 미국 대선 역시 위기 요인이다. 누가 되든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한층 격화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무역금융과 수주 지원 등 과감한 총력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반기업 노선으로 ‘반도체산업 지원 특별법’ 등 지원 방안에 발목을 잡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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