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여야 대표회담에선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일정 성과가 나왔다. 회담 후 ‘공동 입장문’을 냈고 ‘민생 공동 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가계·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이다. 저출생, 딥페이크 등 현안에 입법 제도적 접근을 모색하기로 한 점도 다행스럽다. 정쟁과 무관한 반도체 전력망 확충 등 시급한 현안에 의견을 모은 것도 평가해줄 만하다.
극단적인 대치 대신 민생경제를 풀어나갈 단초를 마련했지만 민생경제의 고통을 덜어달라는 높은 국민적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핵심인 의정 갈등, 금융투자소득세 등의 문제에서 종합 검토하기로 했다는 원론적 입장 외에 구체적 대안 제시에 이르지 못했다. 저출생 문제는 해결에 노력하자는 정도다. 포퓰리즘으로 비판받는 ‘전국민 25만원 지원’, 국민연금 개혁안 도출을 위한 기구 구성 등에 대한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가는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해법 제시가 안 보이고 한 대표가 제안한 정례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대목도 아쉽다.
회담 전 “민생 패스트트랙”(한 대표) “이념보다 민생”(이 대표)을 강조했지만 정작 회담에선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대신 정치권만의 관심사인 ‘지구당 부활’ 도입에는 적극 협의를 약속했다. 모두발언 등을 통해 많은 쟁점에서 큰 인식 차이와 상대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 점도 걱정스럽다.
손에 잡히는 성과가 부족하지만 이제 막 출발이다. 실종된 정치를 복원할 기회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두 사람은 공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작은 정치적 이득에 목매지 않고 국민을 위한 큰 정치를 하는 지도자가 누구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머리 말고 가슴으로 정치하라’는 여야 원로들의 조언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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