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7월 11일 부동산 임대업체 피부사랑코스메틱이 SPC인 더블라썸묵동을 상대로 제기한 25억원대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피고 측 대리인은 법무법인 화우가 맡았다.
원고 피부사랑코스메틱은 2016년 10월 인천 원창동에서 물류센터 신축사업을 하며 투자약정서를 쓰고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에 25억원을 투자했다. 원고의 투자금은 토지 매입대금으로 쓰였지만, 시행사 측 주주들은 원고의 채권을 배제한 채 SPC를 설립하고 사업권을 신설법인에 양도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끝난 뒤 원고는 피고에게 투자금 및 수익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피고는 원고가 투자한 회사로부터 채무를 인수한 적이 없고, 원고가 보유한 채권은 기존 회사에 대한 채권이라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SPC에 채무 면탈 의사 및 사해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부터 원고 측을 대리한 바른의 고영한(사법연수원 11기)·권오준(42기)·곽희재(변호사시험 11회) 변호사는 상법 제42조를 근거로 영업 양도·양수 계약 시 종전 상호를 계속 사용할 경우 양도인의 채무까지 책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SPC에도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1심 전부 패소 판결을 뒤집고 상고심까지 원고가 피고에게 투자한 25억원을 모두 반환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특히 SPC에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법인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실제 지배자의 행위로 간주하는 법리로, 주로 채무 면탈이나 계약상 책임 회피 등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할 때 적용한다.
권 변호사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행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설립하는 SPC에도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앞으로 기존 시행사와 SPC 간 채무나 법률관계를 철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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