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영국계 보험사인 로스시라이프에서 빌린 6억파운드(약 1조500억원) 안팎의 ‘플럼트리코트’ 담보 대출을 상환했다. 차입 없이 자기자본으로 투자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풀에쿼티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플럼트리코트는 런던 금융 중심가인 시티오브런던의 랜드마크 빌딩으로, 골드만삭스가 유럽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다. 국민연금이 6년 전 12억파운드(약 2조원)를 들여 매입했다. 이 중 절반은 대출로 조달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 사상 최대 규모 인수 건이다.
하지만 최근 주요국에서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이뤄지고 2년 가까이 이어진 해외 부동산 투자 빙하기가 끝나갈 조짐을 보이자 국내 큰손들의 운용 전략도 바뀌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럽 캐나다 중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플럼트리코트 외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 2~3건을 추려 내년까지 대출을 갚는다는 계획이다.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이 대상이다.
행정공제회는 최근 미국 국책 담보 대출업체 프레디맥이 조성하는 멀티패밀리 후순위 대출 펀드에 8000만달러(약 1100억원)를 집행하기로 약정했다. 멀티패밀리란 다세대 임대 주택 등 주거형 자산을 말한다. 장기간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자산으로 꼽힌다.
교직원공제회도 글로벌 자산운용사 PGIM이 조성하는 부동산 대출 펀드에 1억2500만호주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지난 5월 해외 부동산 대출 위탁운용사로 블랙스톤을 낙점했다. 위탁 규모는 1억달러(약 1300억원)다. 선진국 대출에 투자해 연 7% 이상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전에 조금씩 자금을 배분해놔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IB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들어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검토해보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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