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환경 완전히 다른데…與野, EU 규제법안 '복붙 발의'

입력 2024-09-01 18:19   수정 2024-09-02 01:01

유럽연합(EU)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가 시행되며 국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산업구조는 물론 에너지 생산·소비 구조가 다른 한국에 EU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온라인플랫폼법’ 등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상장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 입법을 본격 추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한민수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엔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에 ESG 관련 사항을 의무 기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헌재 결정으로 탄소 감축 로드맵을 재설정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ESG 공시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EU와 한국의 다른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재생에너지에서 우리나라는 원자력 외에 뚜렷한 강점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정 등이 제각각인데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한국 기업에 일률적인 ESG 공시는 큰 부담”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EU가 44.28%에 달하지만 한국은 8.95%에 그친다.

22대 국회 들어 민주당 의원들이 8건에 걸쳐 발의한 ‘온라인플랫폼법’ 역시 대부분 2022년 EU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겨냥해 만든 ‘디지털시장법(DMA)’을 기반으로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끼워팔기 △자사 우대 △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DMA로 EU 밖 외국 기업만 규제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 플랫폼법은 국내 기업에 대한 과잉 규제로 이어져 토종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플랫폼은 매출, 이용자 수, 시장 점유율 등을 국내에 공시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국내 플랫폼만 규제 대상으로 해 역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경쟁할 토종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 EU가 견제를 목적으로 도입한 법안을 그대로 베껴오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애플과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를 겨냥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DMA 조항을 따온 유럽계 법안이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앱마켓이 아닌 다른 웹사이트 등을 통한 앱 설치(사이드로딩)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사용자 편의성과 보안 등을 모두 책임지는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해당 법안 역시 노키아 이후 세계 스마트폰 제조시장에서 밀려난 EU의 법안을 참고했다.

배성수/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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