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을 받고 점포를 양도하기로 했지만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신규 임대차 계약을 거절한 행위가 권리금 회수 방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일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B씨의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 하던 중 점포 인수자를 만나 권리금 7000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씨에게 인수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건물을 재건축하려고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3년의 기간에 한해 임대차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고지했다. 이에 A씨의 권리금 계약은 무산됐다.
사건의 쟁점은 B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거절한 것이 A씨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B씨가 재건축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고 손해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재건축에 따른 공사시기나 소요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상가 건물 재건축은 임대인의 건축자금 조달방법과 건축계획 등에 크게 좌우되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차 기간이 3년을 넘을 수 없다는 일방적인 입장 만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건축 의사에 진정성이 있어 보이며 신규 임차인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건물은 원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약 39년이 지났다"며 "피고는 재건축을 위해 이 사건 점포를 포함해 건물의 상당 부분을 공실로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고지의 내용은 구체적인 철거·재건축 계획이나 일정과 대체로 부합하고, 특별히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가 이 사건 고지를 한 이후 그와 모순되는 언행이나 행동을 했다고 볼 정황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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