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로 천만배우 반열에 오른 김고은이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서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연출은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 등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였던 이언희 감독이 맡았다.
2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은 "사랑보다 신나는 우정을 나누며 각자의 인생을 찾아 어른이 되어가는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 감독은 "책이 정말 재밌었다. 그만큼 부담이 있긴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를 통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초 개봉한 '파묘'에서 원혼을 달래는 MZ 무당 화림을 연기해 강렬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홀렸던 김고은은 이 작품에서 20살 대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현실적인 청춘의 얼굴을 드러낸다.
김고은은 "이 작품은 오랜 시간 기다렸다. 대본 받은 상태에서 2년 반을 기다려서 제작됐을 때 너무 기뻤다.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대본이 너무 재밌었고,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야기들이 담백하고 이야기하듯 나와 있어서 솔직 담백한 점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겉모습은 자유분방하고 사랑도 쉽게 할 것만 같은 아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꿈꾸고 순수하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의 아픔을 숨기기 위해 남 시선 의식치 않는 자유분방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모든 모습이 공감됐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행동과 말이 이 아이의 방어막이라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림이 "'파묘' 후 촉이 좋아졌다는 말이 있다"며 '대도시의 사랑법' 흥행에 관해 묻자 김고은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애플TV+ '파친코' 시리즈에서 선자의 남편 이삭 역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노상현이 학업도 여자에도 관심 없고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흥수 역을 맡았다.
노상현은 "솔직 담백한 이야기라 술술 읽혔다. 대사들이 현실적이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역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고은은 노상현에 대해 "'어머, 딱이다', '어디서 흥수 같은 사람을 찾았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냥 흥수네?'였다"고 말했다. 노상현은 "김고은을 보고 '완벽한 재희네?' 라고 생각했다. 워낙 대단한 배우시다. 너무 큰 영광이었고 이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거들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고은과 노상현은 작품 속 캐릭터만큼 진득한 우정을 나누게 됐다고. 이에 대해 노상현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라 첫 만남에선 낯을 가렸다. 나중에 감독과 술자리와 만나며 천천히 친해졌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영화 속에 클럽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두 분이 클럽을 많이 안 다니셔서, 이번 기회에 재밌게 클럽을 즐기며 친해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노상현은 "촬영하면서 오랜 시간 붙어있다가 확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만나면 제가 조금 분발하는 편이다. 셋 중에선 제가 리더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노상현의 첫인상에 대해 김고은은 "차도남 같은데 친해지면 개구쟁이 미소가 나오면서 장난의 시동이 걸린다. 자기만의 개그와 장난이 있다. 친해지면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또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레어'하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 두 사람을 한 화면에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다. 두 사람이 동고동락하는 장면을 찍으며 시나리오를 계속 두 사람이 나오게 썼어야 했는데 원하는 만큼 실컷 보지 못해서 다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 "숫자로는 마음을 담기가 힘들다. 관객의 마음에 가득 찰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고은과 노상현은 술과 연애가 전부였던 20대부터 직장과 결혼, 현실적인 고민이 앞서는 30대까지 재희와 흥수의 이야기를 표현하여야 했다. 노상현은 "어려 보이기가 어려워서 머리를 좀 내려봤다. 노력해 봤다. 모자도 뒤집어써 보기도 했다. 목소리 톤도 좀 올려서 학생들처럼 해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고은은 "저는 굉장히 (20대와) 밀접하다. 다 같이 친구인 느낌이었다. 지금 노상현이 한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너무 그러는 것 같아서 하는 이야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노상현은 "제가 동안인 편은 아니니까요"라며 낙담했다.
박경림이 "김고은이 사실 동안"이라고 말하자 노상현은 "그래서 피부도 많이 관리하고, 목소리 톤도 올리고 까불고 장난치고 친구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긴장을 놓으시는 것 같으면 지금 스무살이라고 고지했다"고 거들었다.
김고은은 "오해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 2010년도가 배경이다. 제가 딱 20살 때다. 딱히 노력하지 않은 게, 그때 핸드폰을 주시고 그러니 너무 신났다"고 떠올렸다. 이어 "20대에서 30대로 성장하는 지점에 집중했다. 20대 때는 내 생각이 맞고, 내 사고가 '찐'이고 이런 게 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나만의 것이 있고, 나는 너희와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다가 사회와 타협을 해나가는 현실을 살아 내가는 과정이 재희의 성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영화 개봉 이후 공개된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원작이 재밌기에 드라마도 당연히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아직 드라마를 보진 못해서 뭐가 다르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제 시선으로 재희라는 이야기를 재밌게 보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같은 원작으로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관전포인트에 대해 김고은은 "반짝반짝하다. 스파크도 튀고 번쩍하는 케미가 있다. 사랑스럽고, 러블리한 케미만 있는 게 아니라 스파크가 튀는 케미도 있다. 케미가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끝나면 뭉클해지는 영화다"고 예고했다.
김고은은 "'파묘'로 데뷔 이후 큰 사랑을 받은 게 벅차게 감사했다. 너무 좋은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다. 그 감사함을 갖고 '대도시의 사랑법' 발로 뛰며 홍보하려고 한다. 이 영화도 행복하게 촬영했고 자신 있는 작품이다.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파묘' '묘벤져스'를 언급하며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도 팬들이 수식어를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이 기발함은 따라갈 수 없다"고 기대했다. 아울러 "흥수, 재희를 너무 귀여워해 주실 것 같다. 20살짜리 두 친구를 보는 거라 한 대 쥐어박고 싶다가도, 나중엔 잘 자랐다 하고 끝나는 영화"라고 귀띔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오는 10월 2일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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