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GI, 한양증권 M&A 펀딩 난항… 다올·케이프·OK금융에 'SOS'

입력 2024-09-02 16:16   수정 2024-09-04 14:31

이 기사는 09월 02일 16: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이번 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아직까지 245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전방으로 'SOS'를 요청하고 있지만 인수 예정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을 모으더라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난관이 남아 있어 일각에선 거래가 깨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발등에 불 떨어진 KCGI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는 이번 주 내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지난달 2일 계약이행각서(텀싯)을 체결한 KCGI는 5주일간 독점적 협상권을 받았다. 매각 측과 합의 시 협상 기간을 1주일 연장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이번 주 내에 협상을 종결짓고 본계약을 맺어야 한다.

문제는 KCGI가 245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KCGI는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를 가리지 않고 만나며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투자확약서(LOC)를 모두 모으지 못했다.

KCGI는 현재 다올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OK금융그룹에 출자 의사를 묻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KCGI는 이들이 프로젝트펀드에 출자해 인수 자금을 보태면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주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을 직접 만나 출자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올투자증권이 KCGI가 만드는 프로젝트펀드에 출자해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한양증권이 추후 다올투자증권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올투자증권 지분 25.18%를 보유 중인 이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배력은 취약한 상황이다.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 측(14.34%)과의 지분 격차는 10.84%포인트에 불과하다.

케이프투자증권은 KCGI와 인수전에서 맞붙었던 상대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한양증권을 통해 순자본비율(NCR) 개선을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 사모 후순위채를 찍어 이를 한양증권에서 받아주면 케이프투자증권의 NCR이 개선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나아가 한양증권과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다. OK금융그룹은 향후 증권업 진출을 노리고 이번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더 큰 산
금융회사들은 사실상 KCGI가 기대하는 마지막 출자자 후보다. KCGI의 바람대로 이들이 출자를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경영진과 임원진급에서 회사의 현재 재무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출자에 참여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OK금융그룹은 출자 제안을 받은 건 맞지만 출자 여부 등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KCGI가 우군들의 도움을 받아 인수 자금을 모으더라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한양증권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만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KCGI가 펀드 출자를 조건으로 출자자들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거래 방식의 구조를 짰다면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2015년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포기할 때도 파킹 거래 논란이 문제가 된 바 있다.

매각 과정에서의 불공정 입찰 및 특혜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KCGI가 입찰이 진행되기 전에 인수자로 이미 낙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KCGI가 인수 희망가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KCGI의 자금 확보 계획이 어그러진 건 강성부 대표의 욕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 대표는 당초 프로젝트펀드를 만드는 대신 KCGI에 증자를 받아 한양증권을 자회사로 품는 방식을 추진했다. 강 대표는 수천억원 밸류로 KCGI 증자를 추진했으나 이는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펀드 출자가 아닌 KCGI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건 강 대표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방식이어서 거부감을 샀다"고 꼬집었다.

다올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OK금융그룹 마저 등을 돌리면 당장 금융권에서 KCGI가 새로운 출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CGI가 제시한 인수 희망 가격은 시가에 네 배, 경영권 매각 소식이 전해지기 전 시가에 비해선 여섯 배 높다"며 "지분 29.6%를 시가총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는 거래에 출자할 수 있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한양증권 거래로 KCGI는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주주행동주의'를 내걸면서 소액주주를 대변하며 트랙 레코드를 쌓아온 KCGI가 대주주에게만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하면서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KCGI가 인수자금을 모으지 못해 딜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KCGI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 넥스틴 인수를 추진했으니 이 역시 약속한 날짜에 인수 대금을 납입하지 않아 거래가 무산됐다. KCGI는 미래에셋자산운용PE와 컨소시엄을 꾸려 LS그룹 계열 에식스솔루션즈에 2억달러(약 270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시장에선 KCGI가 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박종관/하지은/서형교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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