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낭비'로 도마 위에 올랐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시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는 방안에 관해 이달 중 주민 공청회를 연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잇는 길이 1㎞의 다리 겸 보행로다. 박 전 시장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예산 1109억원이 들었다. 2016년 착공해 2022년 개통됐으나 줄곧 세금 낭비 논란이 일었다.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 당초 목적이었던 일대 활성화도 저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중 보행로 전 구간의 일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은 1만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5440건)의 11%에 그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 답변에서 "대못"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이 보행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건축계에서는 이 보행로로 "강북이 20년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7월 돈의문 박물관 마을 철거 계획을 밝혔다. 철거 계획은 내년 하반기로 거론된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 마을 공사비와 위탁 운영비로 들어간 세금만 약 480억원에 달한다. 이 또한 박 전 시장의 도시 재생 사업 중 하나였다. 옛 골목을 재현해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섰으나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특히 팬데믹 이후부터 '유령 마을'이라는 오명을 썼다.
시는 돈의문 복원 구상을 밝히고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2026년까지 공원으로 만들고 장기적으로 새문안로를 지하화한 뒤 돈의문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의 이번 결정으로 '오세훈표' 녹지생태도심 프로젝트는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관건은 현재 남아있는 상인들의 반발이다. 세운상가협의회 측은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행로 철거에 난색을 보인 바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영업 중인 일부 점주들은 시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퇴거 요청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시는 상인들이 계약만료 후에도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행정 처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적 다툼이 예고된 상황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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