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셀라토즈, 치료 가능성 입증

입력 2024-09-02 17:38   수정 2024-09-03 00:02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셀라토즈테라퓨틱스가 세계 최초로 기능성 세포를 활용한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후보물질을 개발해 임상 1상에 성공했다. 세포치료제로 대량 생산, 장기 보관과 배달이 용이하도록 동결 제형으로 만든 것도 세계 첫 사례다.

임재승 셀라토즈테라퓨틱스 대표는 2일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임상 1상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5000억원 규모인 CMT시장에서 퍼스트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CMT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큰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앓아 많이 알려진 희귀 유전질환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말초 신경세포를 둘러싼 막(슈반세포)이 손상되면서 온몸의 근육이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손발에 변형이 생긴다. 세계적으로 300만 명이 앓고 있지만 개발된 치료제가 없다. 셀라토즈가 개발한 기능성 세포는 손상된 슈반세포를 되살린다. 임재승 대표는 “CMT는 마치 전선(신경)에서 피복(슈반세포)이 벗겨지면서 전류 흐름(운동이나 감각)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기능성 세포는 피복을 다시 입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셀라토즈는 CMT 중 가장 대중적인 CMT1형을 적응증으로 작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승인을 받았다. 관련 적응증에 대한 임상 승인은 세계 최초다. 기능성 세포의 발견은 정성철 이화여대 교수, 신약 개발은 셀라토즈가 맡았고 임상은 최병옥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주도했다. 임 대표는 "이번 임상은 말초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슈반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유사슈반세포(신경재생촉진세포)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이라며 "처음으로 기능성 체세포를 이용한 유전자병 치료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줄기세포학회에서 공개된 임상 1상 결과, 환자 9명 중 6명은 뛰지 못하다가 다시 뛸 수 있게 됐고 8명은 증상이 20~30% 호전됐다.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임 대표는 “동종 타가세포(남의 세포)임에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면역 거부 반응이 전혀 없었다”며 “기능성 세포의 인체 안전성을 입증한 세계 최초 임상”이라고 평가했다. 셀라토즈는 세포치료제로서 쉽지 않은 완전한 동결 제형의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해 자체 인증 제조시설(GMP)에서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라토즈는 일본과 한국에서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며 미국, 한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임상 2상이 완료된 후에는 2027년 말 품목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 대표는 영국 국립혈액서비스 수석연구원, 이노셀 연구소장, 차바이오그룹 연구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하고 간암 면역세포 치료제인 '이뮨셀-엘씨'를 개발한 세포치료 연구 분야의 권위자다. 칼 준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 스티븐 A 로젠버그 박사 등 3세대 항암제(CAR-T 치료제) 개발 주역들과 2010년부터 교류하며 이 분야 국내 연구를 추진한 면역세포 분야 선구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임상 1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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