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개인의 대출 한도를 옥죄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2단계로 강화된 가운데 은행들이 자체적인 대출 제한 조치를 추가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은행별 주담대 한도 제한 조치의 시행 시기와 기준이 달라 같은 사람이 돈을 빌리는데도 대출 한도가 은행에 따라 수천만원씩 차이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씨는 “같은 금리로 주담대를 받는데도 은행과 날짜에 따라 대출 한도가 5000만원 넘게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며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만 생각하고 자금 계획을 세웠는데, 잔금 치르는 날짜를 당장 오늘로 앞당겨야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 사례처럼 주담대 신청 절차가 복잡해진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은행마다 서로 다른 대출 제한 조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보다 대출 ‘상환 능력’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앞다퉈 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를 낮추는 대표적인 방법은 주담대 만기를 줄이는 것이다. 주담대 만기를 단축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를 낸다. 이에 국민은행은 최대 50년에 달하던 기존 주담대 만기를 지난달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만 최대 30년으로 줄였다.
문제는 대상 주택과 시행 시기가 은행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3일부터 모든 주택의 주담대 만기를 30년 이하로 제한한다. 수도권 주택만 만기를 줄인 국민은행과 다른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만기 단축 조치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인이 어느 은행에서 언제 주담대를 신청하는지에 따라 대출 한도가 크게 달라진다.
금리 인상이 아닌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정부 주문에 은행들이 속속 내놓는 대출 제한 조치가 투기 수요뿐만 아니라 실거주 수요까지 제약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유주택자 전세대출을 9일부터 중단하기로 한 우리은행의 조처를 두고 인터넷 카페에선 “빌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영원히 아파트에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각각인 은행별 대출 제한 조치를 소비자가 인지하기 쉽게 공시하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은행별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별 대출 제한 조치가 은행원들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구난방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진/박재원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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