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싹쓸이? 유통업자 사재기?…김플레이션 미스터리

입력 2024-09-02 17:49   수정 2024-09-10 16:18


올해 국내 김 생산량이 늘어난 가운데 국내 김 유통 가격이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오르자 관련 업계에서 “가격이 오르는 원인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국산 김을 ‘블랙홀’처럼 쓸어가는 일본 수출 물량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정부는 “생산량 대비 일본 수출량은 많지 않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국내외 김밥 소비 증가와 이에 따른 재고 부족, 수요 증가를 예상한 김 사재기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출 증가로 줄어드는 국내 재고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마른김(중품) 도매가격은 속(100장)당 1만780원으로 1년 전(6764원)보다 59.4% 비싸다. 김 도매가격은 지난 4월부터 줄곧 1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소매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30일 마른김 소매가격은 10장당 1354원으로 전년(1023원) 대비 32.4%, 평년(967원) 대비 40.0% 높은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김 생산량은 1억4970만 속으로 전년(1억4126만 속) 대비 6.0% 증가했다. 생산이 늘었지만 김 가격이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재고 부족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6월 말 김 재고량은 3300만 속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월 대비 26.7%, 최근 5년 평균 대비 45.8% 작은 규모다.

재고가 줄어든 것은 수출이 늘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올 들어 상반기까지 김 수출 물량은 1만9346t으로 지난해 전체 수출 물량(3만5446t)의 55%에 달한다. 김 수출 물량은 2021년 2만9545t, 2022년 3만470t 등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했다. 수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일본이다. KMI에 따르면 ‘김 생산 비수기’인 올해 5~7월 한국의 대일(對日) 김 수출 물량은 288만9563㎏으로 작년 같은 기간(217만267㎏)보다 33.1% 증가했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로 생산 기반이 축소되는 가운데 올 들어 김 작황이 부진하자 한국 김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올해 5~7월 대일 김 수출 단가는 ㎏당 30.68달러로 전년 동기(20.51달러) 대비 49.6% 뛰었다. 같은 기간 수출 금액은 8864만3097달러로 전년 동기(4451만5421달러) 대비 99.1% 늘었다.
K푸드 인기에 김 수출 늘어나
주무 부처인 해수부는 대일본 김 수출 증가가 김 내수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보지 않는다. 국내 김 생산량이 연간 1억5000만 속인데 일본 수출 물량은 약 1000만 속으로 15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해수부도 내수 가격이 크게 오른 원인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 생산·유통업체들은 값을 더 쳐주는 수출 물량이 늘어나자 내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김 가공업체 대표 A씨는 “김 원료인 물김으로 김밥용 김과 재래 김을 만드는데 해외 업체들이 비싼 값을 주고 김밥용 김을 사들이니 국내 공장들이 재래 김 대신 김밥용 김을 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 원료가 주로 수익성이 높은 김밥용 김 제조에 사용되면서 재래 김 공급량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는 K푸드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냉동 김밥 수출이 늘어나는 것도 국내 김 소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선 일부 유통업자가 정식 수입쿼터를 받지 않고 김을 수출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수출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2015년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한국산 김 수입쿼터를 2015년 12억 장에서 2025년 27억 장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국산 김 수입쿼터는 2022년 2250만 속에서 지난해 2400만 속, 올해 2550만 속으로 해마다 늘었다. 정부는 국내 생산을 늘리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해수부는 올해 축구장 3800개 넓이(2700㏊)의 김 양식장을 신규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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