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검역 소홀했다 병해충 돌면 어쩌나"

입력 2024-09-02 18:22   수정 2024-09-03 02:20

한국의 엄격한 위생검역(SPS) 절차가 통상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소비자 건강과 농가 보호를 위해 검역 협상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식물방역법에 근거해 해외 생과실과 열매채소는 원칙적으로 수입이 금지된다. 수입하기 위해선 8단계의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거쳐 병해충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위생 검역 절차가 까다로워 과거 76개 품목의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완료하는 데 평균 8.1년이 걸렸다. 가장 빠르게 수입검역 절차를 마친 중국산 체리도 3.7년이 소요됐다. 일본은 1992년 한국에 사과를 수출하겠다고 수입검역 절차 개시를 요청했다. 33년이 흘렀지만 현재 5단계(병해충 위험관리 방안 작성)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한국이 생과실과 열매채소를 외국에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한국 농산물이 수입국의 자체 위험분석 절차를 완료하는 데 걸린 기간도 평균 7.8년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1999년 12월 뉴질랜드에 감귤 수출 의사를 밝혔다. 검역 협상이 완료된 것은 23년이 지난 2022년 12월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무리 수입이 다급해도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소홀히 처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까다로운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 허용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큰 해를 끼칠 수 있어서다.

외래 병해충이 유입되면 소비자 건강뿐 아니라 농민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과일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대표적이다. 과수화상병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국내에 반입된 사과 묘목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부터 한국의 사과·배 나무를 말라 죽게 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손실보상금으로 연평균 247억원, 방제에 연평균 365억원을 투입했지만 병해충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와 멕시코 콜리마주는 지중해 과실파리 유입으로 지역 농작물이 큰 피해를 봤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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