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여아가 열과 경련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2)양의 부모는 지난달 3일 오후 8시 40분께 A양이 열이 나고 경련 증상을 보이자 119에 연락했고, 구급대원이 10여분 만에 자택에 도착했으나,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경기·서울·인천 등 수도권 서남부 권역별 병원 응급실에서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환자를 받아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A양은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곳에서도 진료를 거절당했다.
구급차 안에서 A양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12번째로 연락한 병원에서 겨우 응급 진료를 받았지만, 최초 신고 시점으로부터 한 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A양은 당시 경련은 멈췄지만, 뇌 손상을 입어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응급실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해 "어려움이 있지만 진료 유지는 가능하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라고 말하고 있지만, 응급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받은 구급대 재이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네 차례 '응급실 뺑뺑이'(재이송)를 겪은 사례는 17건이나 된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기록을 웃돌았고, 올해 상반기에 두 차례 재이송된 사례(78건)도 지난해 1년간(84건)의 기록과 맞먹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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