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물러가라"…인질 6명 사망에 이스라엘 70만명 시위

입력 2024-09-03 07:49   수정 2024-09-03 07:51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이스라엘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수십만 규모에 달하는 인파가 거리에 모여 정부를 비판했고,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로,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1일 저녁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미국 CNN에 최소 70만명이 시위에 나섰다고 주장했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5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거리로 쏟아져나와 텔아비브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인질 석방을 위한 즉각 휴전 협상을 촉구했다. 또 그가 인질들을 지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면서 피살 책임을 지고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예루살렘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총리실을 포위했고, 회원 80만의 최대 규모 노조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는 휴전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이날 총파업에 들어갔다. 총파업 개시에 맞춰 인질 가족이 참여하는 시위대는 텔아비브 주요 도로를 점거했다.

인질 가족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인질 석방의 의미를 담은 노란색 깃발, '죽음의 정부에 반대한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휴전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질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권 내부의 갈등도 거세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1일 내각회의에서 "나는 부상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고 배웠다. 이건 도덕적 수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악의 축(이란과 대리세력)이 필라델피 축을 필요로 한다"면서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신들은 전례 없는 규모의 시위가 가자지구 전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땅굴에서 자국인 인질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은 허쉬 골드버그-폴린(23)과 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산더 로바노프(33), 알모그 사루시(27), 오리 다니노(25)로 확인됐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인질들은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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