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신설은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교통 호재다. 하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배차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날 수 있다. 표찬 싸부원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하철 개통으로) 서울 강남까지 이동시간이 얼마나 단축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여기서 최단 시간이 아니라 평균 시간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개통한 별내선(8호선 연장선)이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별내선은 서울 핵심 권역인 잠실을 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장구간에서도 본선과 똑같은 간격으로 차량이 배치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재도 4호선은 과천과 안양, 안산 등까지 뚫려있지만 하행선 기준 서울 사당까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적지 않다. 표 대표는 “4호선 연장선이 있는 남양주 진접까지는 본선 운행 열차의 25% 정도만 간다”며 “7호선이 의정부와 양주 등까지 연결되더라도, 도봉산행 열차를 두세 대 보내야 양주행 열차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은 건설비 못지않게 운영 보전비가 상당하다. 이 비용 부담 문제 때문에 서울 이외 지역으로 갈수록 배차 간격이 길어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물론 지역 주민의 민원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실제 운행 때 투입되는 열차 횟수가 더 많아질 순 있다.
철도 건설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어느 타이밍에 투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표 대표는 “개통쯤 가격엔 교통 호재가 90% 가까이 선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개통 이후 실제 이용자의 편의성이 증가하니 전셋값은 오를 수 있지만, 매매 측면에선 오히려 팔아야 할 타이밍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하철역 주변에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GTX-A 개통을 앞두고도 경기 고양 집값이 잠잠한 이유도, GTX의 ‘오픈발’이 없다기보다는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같은 차원에서 표 대표는 GTX-D노선 호재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표 대표는 “GTX-D는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나 기본계획 고시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사업”이라며 “(기본계획 고시 등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확정되는 순간 상승 여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표 대표는 “GTX-D는 강남을 지나는 만큼 사업성이 나쁜 노선은 아니다”며 “경제성 논란 등으로 일부 노선이 조정되더라도, D노선의 차량 기지를 배치할 넓은 부지가 있는 김포는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표 대표는 무엇보다 교통 호재가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컨대 부동산 하락기에 A지역에서 지하철역이 새로 뚫렸다고 해서 그 지역만 나홀로 반등하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다. 표 대표는 “5억짜리 아파트가 지하철역 개통 후 10억으로 올랐다고 할 때 부동산 상승기 등 여러 요인이 받쳐줬기 때문이지 교통 호재만으로 가격이 두 배 뛰었다고 말할 순 없다”며 “교통 호재가 영향을 준 건 10~25%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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