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Fed를 따라 한국은행도 이르면 10월께 기준금리(연 3.50%) 인하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6월 말 주담대 잔액은 1092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0조9000억원 불어났다. 연간 증가 폭으로는 2021년 12월 말(72조3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은행들이 7월부터 주담대 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대출 조이기에 들어갔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수도권 지역 주담대 규제를 비수도권보다 강화했다.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스트레스 DSR이란 금융사가 DSR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인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부과해 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 1.2%포인트 규제가 적용되면 연소득 5000만원인 대출자가 30년 만기, 연 4.5% 이자로 주담대를 받을 때 대출 한도가 3억2900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4200만원 감소한다. 대출 조건이 동일하고 구매하려는 주택이 비수도권에 있다면 대출 한도는 3억2900만원에서 3억200만원으로 2700만원만 줄어든다. 비수도권 지역은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로 차등 적용하기 때문이다.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대출이나 주기형(5년 주기 금리 변동) 대출의 한도는 변동금리형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줄어든다.
은행권은 이달부터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기로 했다. 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대출과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도 DSR 규제에 포함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주담대 급증세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린 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줄이고 한도도 축소하는 등 대출 공급 차단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줄 때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일괄 축소했다. 이 경우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도 되는 거치 기간도 당분간 없애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2일부터 다주택자가 생활안정 자금을 목적으로 빌리는 주담대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제한하고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수) 등에 이용되던 일부 전세대출도 막았다.
역설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오늘 금리가 가장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은행 정기예금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월에만 18조1879억원 불어났다. 5월 16조8242억원, 6월 1조4462억원 증가하는 등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시중 자금은 증시와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8% 넘게 폭락한 지난달 5일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하루 동안 5대 은행에서만 2조366억원에 달하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 포함)이 빠져나갔다. 반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블랙 먼데이에만 5조6197억원 증가했다.
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금리를 높이고 있다. 금리 하락기를 앞두고 자금을 유치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00조8861억원에 그쳤다. 2021년 11월(98조6843억원) 이후 가장 적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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