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대출 한파가 본격 시작됐다. 금융당국이 수도권에서 집을 매입하려는 이들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면서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고 있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비수도권보다 대출 한도를 조이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내 한도 얼마나 줄어드나
9월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핵심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가산금리를 더 높게 적용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기존(0.375%포인트)보다 높은 0.7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가계부채가 최근 급증하자 수도권에 가산금리 1.2%포인트를 적용하는 강화 방안을 새로 내놓았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수도권 은행 주담대에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가산금리를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금융위에 따르면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 지역 집을 사기 위해 연 4.5% 금리로 30년 만기 분할상환 주담대를 받으면 다음달부터 대출 한도는 1800만원(5년 주기형), 3500만원(5년 혼합형), 5600만원(변동금리형) 각각 감소한다. 비수도권은 감소 폭이 800만~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더라도 실수요자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DSR 37% 이상인 차주들만 한도 축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트레스 DSR의 가산금리 변화에 따라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가산금리는 5년 내 최고금리(2022년 12월 연 5.64%)에서 연말 시장금리(연 4% 안팎 예상)를 뺀 값으로 결정된다. 현행 1.5%포인트보다 높은 1.7%포인트 안팎으로 오르며, 이에 따라 연 소득 1억원 차주 기준으로 500만원가량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7월 3단계부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내년 초 결정하는 가산금리(1.7%포인트)를 적용한다. 금융위 예시 사례(5년 혼합형)를 적용하면 수도권은 2300만원, 비수도권은 1200만원가량 한도가 더 감소한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수도권의 가산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계부채 잡힐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달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은행별로 DSR 관리 계획도 수립, 이행해야 한다. 그전까진 DSR이 적용되지 않는 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대출과 전세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총액 1억원 이하 대출의 DSR 현황을 상시 파악했다.각 은행은 실제 차주의 소득, 대출 종류, 담보물건(아파트 등) 소재지 등 다양한 DSR 관련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예컨대 ‘연소득 1억원인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OO%’ 방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면 더 정밀한 가계부채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대출에 따른 DSR 산정 방식도 달라진다. 전세대출의 DSR은 실제 이자 부담액만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내는 이자에만 먼저 DSR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세대출 DSR 적용의 충격을 완화할 방침이다. 정책모기지는 일반 주담대처럼 실제 상환 원리금을 모두 DSR 산정에 포함한다.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25년 만기 기준 원리금으로 산정한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추가 조치 후보로 은행권 주담대의 위험가중치 상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 대책에도 가계 빚 증가 추세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시장이 더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3월 말보다 13조5000억원 불었다. 주담대 잔액은 1092조7000억원으로 16조원 급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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