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을 웃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11일(1억54만1000원) 이후 4개월여 동안 7000~9000만원대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달 ‘친가상화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며 9000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급부상과 돌발적인 매도 폭탄 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여부와 미국 대선 결과 등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Fed의 금리 인하가 꼽힌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은 통상 상승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얼마나 인하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빅컷 여부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3일 잭슨홀 연설에서 “데이터 양상에 따라 금리 인하의 시기와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며 빅컷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잭슨홀 연설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먼저 경기침체 우려를 완화하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Fed가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잃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연율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의미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도 계절 조정 기준 23만1000명으로, 전주 대비 2000명 감소했다.
물가 지표도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에너지·식품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PCE도 전월 대비 0.2% 오르며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근원 PCE는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시장에서는 이번 PCE 지표를 두고 “월가 예상치보다 눈에 띄게 낮게 나오기를 바랐던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선물시장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정책금리 전망을 집계한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오후 6시 기준, Fed가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70%, 0.50%포인트 인하 확률은 30.0%로 반영됐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시장 예상과 다르게 Fed가 빅컷에 나설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미국 대선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홍콩 기반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바이넥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016년, 2020년 대선 주기 비트코인 가격은 선거 전 급락했다가 이후 큰 반등을 보였다. 2020년 대선 두 달 전 비트코인은 1만2000달러에서 1만달러로 16% 하락했다. 대선 이후에는 약 160일 동안 320% 상승했다. 다만 올해는 거시경제 변수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과거와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은 비트코인을 주식 형태로 포장한 금융 상품에 가깝다”며 “국민연금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매입은 비트코인에 대한 간접 투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선 기관투자가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없다. 기관투자가와 법인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선 코인주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7월 30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코인베이스를 각각 2392만달러(약 319억원), 1965만달러(약 26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21위, 2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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