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러운 1박 2일, 시작은 부산역에서

입력 2024-09-04 11:28   수정 2024-09-27 11:14

부산은 오늘도 ‘부산’스럽다. 부산역과 부산항이 서로 마주해 전국 방방곡곡, 세계에서 온 여행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부산역 일대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은 이방인이지만, 조금 더 걸음 하면 서로의 사정을 아는, 희로애락을 함께한 마을의 집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부산역을 중심으로 저편에는 사람들의 마을이 수정산, 구봉산, 부산진구의 구봉산, 팔금산까지 펼쳐지고, 그 위에서 바라보면 부산항이 세계로 통하는 길을 연다. 오늘에서야 아름다운 풍경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처음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은 사람들에게는 척박하기만 한 땅이었을 것이다.



<i>“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남쪽으로 피난 행렬이 줄을 이었고, 그 종착지는 부산이었다. 전시상황에 기존 인구의 2배 가까운 인구가 부산으로 몰렸으며 피난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산비탈을 중심으로 얼기설기 엮은 판자집을 지었다”</i> _<i> 초량 근대역사 갤러리에서</i>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의 초량 근대역사 갤러리에는 1950~60년대 초량(동)의 역사가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다. 그 끝과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판잣집이 산허리를 감싼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168계단은 부산항에서 산복도로(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 경사지 제일 위의 도로)를 관통하는 지름길이다.



부산 동구를 여행할 때면 누구든 겸손한 자세를 갖추게 된다. 산허리를 오르려면 저절로 허리를 숙이게 되고, 다리품을 팔았으니 천천히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뜻밖의 선물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고단한 젊음을 보냈으니 황혼은 아름답길 바라는 듯이.
근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부산역 일대에 꼭 가보면 좋을 역사적인 명소가 있다. 그중 차이나타운은 부산역 맞은편(초량)에 자리해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빠르게 둘러볼 수 있기도 하다. 지난 2007년 국내 유일의 차이나타운 특구로 지정된 이곳의 역사는 1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된 이후 초량 일대에 청국 조계가 형성되었고, 1884년 청국영사관이 개관하며 중국인 점포와 주택들도 속속 자리를 잡았다. 청관거리로 불렸던 일대는 1999년 부산시와 상해시가 자매결연을 하며 상해거리로, 인접한 외국인상가길은 텍사스거리가 되어 관광지로 더욱 알려졌다.



영화 <올드보이>를 촬영한 중식당, 줄 서서 먹는 만두 맛집, 화려한 장식의 페루까지 부산 속 작은 중국을 만난다. 차이나타운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매력적인 근대문화유산, 부산 구 백제병원이 자리한다.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붉은벽돌 건물은 1927년 2월, 12월 각각 건립한 두 동이 하나로 합쳐진 형태로 서양식 입원실을 갖춘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이었다. 당시 백제병원은 1877년 개원한 부산부립병원, 1923년 개원한 철도병원과 함께 부산 지역의 중요한 의료기관으로 손꼽혔다.



최용해 원장이 건축해 운영한 백제병원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 속에서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병원에서 중국요리점 봉래각이 되었고, 광복 이후 부산치안대 사령부 사무실, 중화민국 임시 대사관, 예식장, 부동산 중개소, 종교시설까지 차례로 들어섰다.



쓰임은 달라졌어도 건축물로서 여전히 제 존재감을 드리우는 부산 구 백제병원은 내부에 목조계단, 벽과 타일 장식 등 건축 당시의 모습이 잘 남아있어 아름다운 시대극을 보는 듯 하다. 현재 카페 브라운핸즈백제, 창비 부산 등이 자리해 도심 속 문화쉼터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책과 커피가 있는 문화공간에서 부산 동구의 낭만에 젖어 보시길.



백제병원에서 1.3km 거리에는 영화 <장군의 아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밤편지> 촬영지로도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는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이 자리한다. 1943년에 건축된 일식 목조주택은 엔가와(툇마루), 장마루, 장지문과 다다미방, 거실과 응접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식 가옥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적산가옥으로서 일본인 소유에서 미군정청 장교 기숙사로, 현재는 건축물의 특징과 부산 동구의 역사를 살펴보는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마루에 앉아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써 간 글자 같은 시간 속에 머무른다.

9월 부산 동구에서 열리는 축제 소식
2024 지역문화박람회 in 부산
전국 232개 문화원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문화 콘텐츠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지역문화, 어딨노? 요 있네!”를 부제로 전국 문화원과 시도 문화원연합회의 상설전시와 드론쇼, 지역문화 쇼케이스 공연, 지역별 문화원 대표 공연,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 LED 쥐불놀이, 문보트 탑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9.27(금)~ 29(일) *개막식, 9.27 18:00
부산 북항 친수공원(부산 동구)



2024 실버문화페스티벌
지역문화박람회와 함께 열리는 ‘실버문화페스티벌’은 문화를 매개로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축제다. 어르신들과 함께해온 민간 문화예술 단체들의 무대공연, 상설전시와 함께 실버세대와 관련한 체험·홍보관으로 구성된다.



(사진=이효태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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