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최근 딥페이크 사태와 관련해 "'n번방' 가해자 몇 명을 엄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게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사진이나 영상을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겹쳐서 실제처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합성기술인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가 최근 들어 급증하면서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열렸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 교수는 여가부 청소년 보호위원장을 하면서 목격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매달 저희들이 300개에서 400개 정도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정부는 어디서 아동들이 '그루밍'되어 성폭력 피해자가 되고 영상이 촬영되고 유포되는지 알고 있다"며 "문제는 여가부가 처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 후 권고하거나 수사의뢰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 유포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가해자 조주빈 하나만 징역 20년 선고하고 끝난 결과가 바로 초중고가 초토화되고 선생님들이 교단에 서지 못하는 오늘날의 현실"이라면서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제정해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이다. 디지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사회 안전에 위협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선 안 되고, 사용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어길 시에는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최근 텔레그램의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EU의 디지털 관련 법 제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과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을 거론했다. 양국의 관련 법은 허위정보 유포나 불법 성착취물 등을 취급하는 플랫폼에 대해 서비스 정지 명령을 내리거나 형사 처벌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교수는 "법률에 너무 많은 허들이 있다. 법률을 손질하지 않으면 결국 지금처럼 처벌은 하되 처벌이 아닌 시스템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도 광범위하게 함정수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제안했다.
끝으로 그는 "불안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사회적인 접촉을 끊는다"며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관계 당국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보호해달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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