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회계법인들이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활용을 키우고 있다. 회계감사와 재무·경영자문은 AI가 생성하는 정보의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다보니 범용 서비스에만 의존하기가 어려운 까닭에서다.
주요 회계법인들은 한국회계기준원이 3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에서 '회계기준 및 해석, 그리고 AI'를 주제로 개최한 한국회계기준원 개원 25주년 기념세미나에서 각각 AI 실무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회계기준원이 질의회신 효율성과 데이터베이스(DB) 활용도를 높이고 자체 사용사례(유즈 케이스)를 확보하기 위해 열렸다.
챗GPT를 비롯한 범용 생성형AI 서비스는 통상 각 분야에 대해 대중을 대상으로 한 기본적인 수준의 답변을 제공한다. 회계법인이 업무에 생성형AI를 이용하기가 까다로운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무 회계처리 기준이나 기준 해석에 대한 질문에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아예 잘못된 정보가 될 수 있다.
생성형AI가 잘못된 답변을 마치 사실처럼 내놓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도 문제다. 생성형AI가 실제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을 K-IFRS 기준서에 적혀있다고 답변하는 식이다.
이날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은 범용 생성형AI 서비스의 이같은 한계를 넘기 위한 각 법인 AI 활용사례를 제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AI Accountant(회계사) 챗봇 도입사례를 소개했다. 삼일의 AI 회계사 챗봇은 K-IFRS 기준서와 해석서, 삼일 내부 문서를 학습했다. 챗봇 이용자가 질의할 경우 학습한 기준서 문단을 근거로 답변을 해준다. 챗봇이 쓰는 거대언어모델(LLM)은 PwC 전용으로 만들어진 GPT를 쓰고 있다. 내부자료와 고객 정보 등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조성재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기성 생성형AI 서비스는 한국 회계제도에 따른 해석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내용을 질의할 경우 답변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자체 정확도 측정 결과 회계분야에 있어 챗GPT의 GPT4 답변 정확도가 36%대에 그치는 반면 삼일PwC의 AI Accountant 챗봇은 정확도가 81.6%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회계법인처럼 전문가용 AI 앱을 만들려면 많은 양의 정제된 데이터가 필요하고, 회계와 개발 양쪽 분야에 있어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며 “삼일의 AI Accountant 챗봇을 개발하는 과정에선 1년간 개발자 8명과 100여명의 베타테스트 인원, 여러 회계전문인력이 참여했다”고 했다.
이동근 삼정회계법인 AI센터 전무는 삼정KPMG의 AI 기반 자체 회계·감사지식 검색 시스템인 오딧세이+를 소개했다. 오딧세이+는 회계 기준 관련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이다. 삼정KPMG의 회계감사 플랫폼인 오딧세이의 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유관 기관지침·사례, KPMG 실무 적용해설, K-IFRS 이슈모음 등을 학습했다. 회계 질의에 대해 회계기준원이나 금융감독원의 질의회신 사례도 찾아준다. 답변을 할 때는 문단 단위로 근거 자료와 출처 링크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AI와 대화하듯 자연어를 입력하는 식이라 일반 검색으로는 찾기 힘든 내용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새로 나온 사례에 대해 과거 유사 사례를 찾는 게 대표적이다. AI가 기존에 쌓인 질의회신서 등을 바탕으로 비슷한 사례와 관련 지침 등을 제시해준다.
KPMG 글로벌도 어드바이저리(자문) GPT를 운영하고 있다. 챗GPT처럼 대화형으로 쓸 수 있는 자체 AI 서비스로 직원들의 가상 비서 역할을 해준다. 감사부문 회계사가 감사 지침에 대해 질문을 하면 AI가 대답해주는 식이다. 정보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답변 근거인 KPMG 내·외부 자료 링크도 제공한다.
삼정KPMG는 기업용 서비스인 'AI헬프데스크' 솔루션도 두고 있다. 기업 내 회계부서가 사내 다른 부서의 질의응답을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AI 도구다. 사내에서 비슷한 단순 문의가 연이을 때 간혹 '콜센터' 역할을 해야 하는 회계부서 인력의 업무 부담을 확 덜어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전표작성 후 저장을 할 때 예산초과 오류가 발생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비 전표 처리는 어떻게 하는가' 등 질문에 대해 맥락에 맞는 답변을 만들어 보여준다. 이같은 방식으로 회계처리가 규정에 위배될 여지가 있는지 등을 AI가 빠르게 판단해 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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