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성교육 이수증 좀"…'딥페이크' 가해자 부모의 황당 요청 [이슈+]

입력 2024-09-04 09:14   수정 2024-09-04 09:15


"대놓고 '우리 아들이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태에 연루됐는데 성교육 이수증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럴 때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40대 성교육 강사 김모 씨)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불법 성 착취물을 제작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설 교육센터에 성교육을 문의하는 가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법 절차 과정에서 '감형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성교육 이수증'을 받기 위해서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쓰여야 할 '성교육'이 가해자의 감형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증 발급 거부하니 수업도 취소하더라"
A 성교육 센터 소속 40대 강사 김모씨는 "보통 일주일에 평균 10회 전후였던 수업 문의가 지난주부터 두 배가량 증가했다"며 "이 중 일부는 자녀가 딥페이크 사태에 가해자라고 밝힌 부모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세 명의 딥페이크 가해자 부모와 대면 상담까지 진행했는데, 모두 이수증 발급 여부에만 관심 갖더라"라며 "발급을 거부하니 수업 신청도 철회해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성교육 강사 유모 씨는 "자녀가 딥페이크 사건에 연루됐다는 부모로부터 이번 주에 3~4건의 전화를 받았다"며 "성교육 이수증 발급 여부를 묻길래, 다른 사설센터를 알아보라고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전화를 끊더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교육 이수증의 악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법원은 물론이고 수사 기관에서도 피의자의 성교육 이수증은 중요한 감형 자료로 쓰인다"며 "가해자 부모들은 자녀 성교육이 아니라 이수증 발급 자체가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사설 업체는 대놓고 '감형용' 교육 이수증을 발급해주겠다며 온라인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한 사설 센터는 포털 사이트 광고란에 "성범죄 감형을 위한 수료증을 발급한다"며 "교육부터 발급까지 1시간 이내 완료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센터는 발급하는 이수증을 두고 "법원, 경찰, 검찰 자료 제출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수증 남발하는 '사설' 센터…개설 기준부터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사설 성교육 센터의 개설 기준이 법적으로 명확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개설할 수 있는 각종 사설 센터가 성교육 이수증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면서 성교육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가해자의 감형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명화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장은 "현재 공식 성교육 기관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누구나 별도 자격 없이 사설 성교육 센터를 개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범죄 가해자가 'OO연구소'란 이름으로 개설하는 경우도 봤다"며 "이들 업체에서 마구잡이로 이수증을 찍어주면서 성교육의 질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수증을 발급하는 사설 업체들의 교육 과정, 강사 수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과 보다 명확한 센터 개설 자격이 마련되면 성교육의 사법 전략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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