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을 제외하면 으뜸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기사 제목에 그의 이름이나 멘트가 등장한 건수가 36건으로, 한덕수 총리(14건)와 경제 컨트롤타워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5건)을 압도했다. 주요 경제 부처 장관들은 비빌 수준이 안됐다.
이 원장은 정부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공직자들이 개별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의 행보는 그 수위를 넘어섰다. 금융사 관리 감독을 넘어 한국 기업 전체에 대한 그립을 쥐겠다는 의지가 선명하다.
금융당국이 과거에 그렇게 의욕을 앞세웠다가 주요 산업이 휘청인 적이 몇 번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국제회계기준(IFRS)이다. 미국조차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며 도입을 미루는 사안을 금융위가 밀어붙였다. 2011년 IFRS가 시행되자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우리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계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한 탓에 조선사들은 부채 비율이 급등했고 해외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선분양하는 건설사, 리스 규모가 큰 항공사가 타격을 받았다. 최근엔 보험업계까지 혼란을 겪는 등 그 후유증은 지금도 남아 있다.
금감원도 이에 질세라 기업에 칼을 휘두르고 있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 원장이 “증권신고서에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놨다. 두산그룹이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의 사업 재편을 위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금융당국이 자의적 판단으로 막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모든 경제 사안을 직접 다루겠다는 거친 행보도, 기업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과욕도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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