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며 조속한 인질 석방 협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틀째 지속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에 협상한다면 하마스가 인질을 살해함으로써 이득을 보게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버티자 이스라엘 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의 장례식이 열린 이날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곳곳에서 휴전과 인질 송환 협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주 이스라엘군이 구출 작전에 실패해 인질 6명이 하마스에 살해된 채 가자 지하터널에서 발견되자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최대 노조 히스타드루트(노동자총연맹)는 이날 하루 총파업을 벌였고 시위대는 텔아비브의 미국대사관 앞, 카이사레아 내 네타냐후 자택 등에서 밤새 집회를 이어갔다.
사건 발생 후 이날 처음 기자회견에 나선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에 나보다 더 헌신적인 사람은 없다”며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에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누구도 나에게 설교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영국도 전날 인권 보호 원칙 등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일부 중단하는 등 국제사회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무기 수출 허가 350건 가운데 군용기와 헬기, 드론 부품 등 약 30건을 보류하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에 산소와 재무장을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며 우리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반발이 강해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내각 회의에서 “인질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필라델피 회랑을 우선하는 것은 도덕적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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