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관세 폭탄 피하자"…中 전기차 '물밑협상' 나섰다

입력 2024-09-04 11:15   수정 2024-09-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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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업체 및 협회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의 전기차 수입 관세율 협상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판매가격과 수출물량을 조정해 고율 관세 부과를 피하겠다는 취지다.

폴리티코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EU집행위원회가 중국 산업계 5곳으로부터 전기 자동차 수출 물량이나 판매가격을 조정할 의향이 있다는 '신사협정'에 가까운 제안을 받았다고 지난 30일 보도했다. 판매가격 하한선을 설정하고 전체 수출물량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기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합의를 통해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中 전기차, EU 추가 관세 협상 제안테슬라는 협상 불참
현재까지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비야디(BYD)가 각각 1건씩, 지리(Geely)가 2건, 중국기계전자제품수출입상공회의소(CCCME)가 1건씩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럽 측 관세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U는 지난 6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관세율을 발표한 이후 관세율을 소폭 하향해왔다. 지난달 20일에 발표한 확정 관세 초안에 따르면 비야디(BYD)는 17%, 상하이자동차(SAIC)는 36.3%, 지리(Geely)는 19.3%에 이르는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기존 10% 관세에 17.0~36.3%포인트에 달하는 관세율을 추가로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EU의 관세 인상 폭은 미국, 캐나다의 100% 관세 부과 방침과 비교해도 크지 않다. SAIC와 같은 업체의 차량이 유럽에 수입될 때 최고 세율은 46.3%로, 북미권 관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는 상계관세다. 북미의 징벌적 관세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상계관세란 수출국이 특정 상품에 보조금 등의 혜택을 줘 수입국 제품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경우, 수입국이 공정한 경쟁을 목적으로 수출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는 배터리 소재에서부터 운송까지 중국 산업 공급망 전체에서의 보조금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하는 관세에 가깝다.

다만 CCCME의 제안은 모든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를 포괄하고 있어서 EU집행위원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테슬라는 어떤 제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추가 관세율은 9%포인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경쟁사와 비교하면 최저 수준이다.
유럽, '탈탄소' 목표로 합의하면 태양광 악몽 재현될까관세 대비에 나선 중국 업체
무엇보다 중국 전기차 업체가 유럽 관세 협상에 나선 이유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라서다. EU는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최소 3000만대에 달하는 전기자동차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기차 기업은 이미 관세를 염두에 두고 유럽 내 공장 증설에 나서는 추세라고 전했다. 허샤오펑 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샤오펑이) 유럽 내 공장과 데이터센터 부지를 찾고 있다"고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스텔라리 BYD 수석부사장은 "BYD는 해외 시장에서 매출의 50%를 기록하겠다"며 "중국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개별 유럽 국가에 자체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확정 관세는 27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 시행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15개국이 찬성해 가결되면 10월 30일 관보 게재 뒤 5년간 확정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7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투표'에서 27개국 중 12개국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이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협상 시도가 2013년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둘러싼 EU와 중국 간 무역분쟁을 연상케 한다고 짚었다. 당시 EU는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이후 양측 합의를 거쳐 최저 가격 이상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일부 절충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유럽 시장을 잠식했고, EU 내 관련 기업들은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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