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의 내년도 지출예산은 43조8574억원이다. 올해(32조316억원) 대비 11조8258억원(36.9%) 늘었다. 증가 폭 기준으로는 전체 62개 중앙행정기관 중 가장 많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새만금개발청(136.4%)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새만금개발청의 내년도 예산은 1127억원으로, 기재부의 0.3%에 불과하다.
질병관리청(-24.0%)을 비롯해 국민권익위원회(-5.5%), 소방청(-2.7%), 개인정보보호위원회(-1.2%), 해양수산부(-0.7%) 등은 올해 대비 지출예산이 적게 편성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산 감소율이 57.6%로 가장 높았다. 다만 올해 4월 치러진 22대 총선 때문에 올해 예산이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우면서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당초 예상보다 낮은 3.2%로 편성했다. 그런데도 기재부 예산만 올해 대비 대폭 불어난 이유가 뭘까.
기재부는 내년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이자 상환액을 29조4924억원 편성했다. 올해(18조2620억원) 대비 11조2304억원 늘어난다. 여러 기금의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공자기금은 다른 기금에 재원을 빌려주는 ‘기금의 저수지’로 불린다. 다른 기금에서 공자기금으로 이전된 자금은 일반회계 전용이 가능하다. 공자기금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채워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공자기금에서 일반회계를 전용하는 것이 공짜는 아니다.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를 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펑크가 발생하자 공자기금에서 돈을 빌려서 일반회계로 전용했다. 정부가 내년에 공자기금 예수이자 상환액을 대폭 늘렸다는 것은 올해도 공자기금에서 자금을 대거 빌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세수도 당초 세입예산 대비 30조원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기재부는 지난해 공자기금에 지급해야 할 예수이자 8조5787억원을 불용했다. 공자기금은 예수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회계·기금을 대상으로 가산이자를 부과한다. 공자기금운용위원회는 가산이자를 연 3.792%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내년에 밀린 예수 이자를 갚기 위해 11조2304억원의 예수이자 상환액을 추가 편성한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국회에서도 공자기금 활용에 따른 추가 이자 발생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또 다른 기금으로부터 조기 상환을 받아서 이자 지급액이 감소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가에 새로운 이자 부담이 증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예수이자 상환액은 고스란히 일반회계로 편성된다. 세수펑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내년에 예수이자 상환 목적으로 추가 편성된 11조2304억원의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년 연속 세수펑크는 기재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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