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위기인데 응급실 20곳서 '퇴짜'…이틀 지나 치료 받았다

입력 2024-09-04 14:40   수정 2024-09-04 15:40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순간접착제가 눈에 들어가 실명 위기에 처한 한 여성이 20여곳의 응급실에서 모두 퇴짜를 맞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한 가정집에서 40대 여성 A씨가 순간접착제를 안약으로 착각해 눈에 넣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위아래 눈꺼풀이 붙고 눈 안쪽이 검붉게 부어오르는 등 고통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A씨에 응급조치를 취하고 서울 내 대형병원 응급실 이송을 위해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20여 곳이 넘는 병원으로부터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한 구급대는 A씨에 “스스로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고 전하고 떠났다.


이후 A씨는 사고 당일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이틀이 지난 평일에서야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이 위독한 긴급 환자도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열경련이 온 28개월 여아가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했다. 1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응급치료받은 이 아이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서 한 달째 의식 불명에 빠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구급대 재이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구급대가 환자를 네 차례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이나 된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기록을 웃돈 것이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19 신고가 급증해 이러한 사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오는 14~18일 추석 연휴 동안 응급 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비상 진료 대책을 가동하고 문 여는 병·의원 수를 500여개, 약국 1300여개를 지정·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설 연휴 당시 문을 연 병·의원과 약국의 1.5배에 달한다.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7개 시립 병원은 경증 환자를 위한 응급 진료반을 운영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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