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나가는 보육원 네 친구…두려워 떨면서도 꿋꿋해서 뭉클

입력 2024-09-04 18:11   수정 2024-09-05 00:33

보육원에서 자란 네 명의 아이. 그들이 어느덧 세상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 됐다. 이들 마음속에는 버림받았다는 상처와 보육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 서야 한다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친구들은 세상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연극 놀이를 시작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 ‘비밀의 화원’(사진)은 영국 소설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1909년 발표한 동화 <비밀의 화원>을 테마로 한다. 네 명의 등장인물이 동화를 연기하는 이야기를 그린 액자식 구성 작품이다.

<비밀의 화원> 등장인물 역시 각자 아픔을 지녔다. 이들은 성에 숨겨져 있던 ‘비밀의 화원’을 찾은 일을 계기로 우정을 싹틔우며 상처를 치유한다. 자신의 삶과 오묘하게 겹치는 이 동화 속 이야기에 빠져든 보육원 아이 네 명도 서로의 우정을 단단히 다지고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작품의 매력은 포근함과 따뜻함이다. 단순한 줄거리 속에 은은한 슬픔과 잔잔한 희망을 효과적으로 버무렸다. 무대 디테일이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모형 새, 꽃, 책, 책상 같은 작은 소품만으로 귀엽고 따뜻한 놀이방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이 연극 놀이를 시작할 때면 영상을 활용해 주인공이 떠올리는 상상의 세상을 무대에 펼친다. 벽 뒤에 숨겨져 있던 비밀 정원이 드러나는 순간, 어렵고 두려운 현실을 진짜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환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난다. 무대에서 향기가 나는 효과도 이 공연의 특별한 관람 포인트다.

주인공들이 동화 속 이야기로 들어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듯 관객도 잠시나마 잡념을 내려놓고 ‘비밀의 화원’ 속 세계에 빠져들도록 초대하는 공연이다. 러닝타임이 1시간40분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발랄한 음악이 이어져 어린 자녀와 함께해도 좋다.

유치하지도 않다. 같은 공연이지만 어린 자녀와 어른이 보는 시각이 다르다. 어린이에게는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 어른에게는 미성숙한 아이들이 어떻게든 두 발로 서서 세상에 나아가 어른이 되려고 하는 달곰씁쓸한 이야기다.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오는 22일까지.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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