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찾은 서울 노량진동의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가을 전어’가 그야말로 실종됐다고 말했다. 10월이 제철인 가을 전어는 보통 이달께부터 출하되는데 올해는 유독 물량이 적다는 것이다. 충남 보령의 한 어민은 “체감하기에 올해 어획량이 작년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했다. 전어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폭염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이 꼽힌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여파로 추석을 앞두고 수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바닷물이 뜨겁게 데워지면서 적정 수온을 찾아 이동하는 전어, 참조기 등 회유성 어종의 어획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가을 전어가 많이 잡히는 충남 보령 대천항은 이달 수온이 27~28도인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2~3도 높은 수준이다. 낮은 수온을 좋아하는 전어가 예전보다 덜 잡히는 이유다. 수온 상승으로 개체 수가 급증한 해파리가 그물을 찢어 조업도 어려워졌다는 게 산지 어민들의 전언이다. 가을 전어 물량이 줄자 대형마트의 판매가도 크게 올랐다. 작년엔 마리당 800원대에 판매했는데 지금은 1200~1300원을 호가한다.
명절 음식의 하나인 참조기도 고수온으로 어획량이 매년 급감하고 있다.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20년까지만 해도 참조기 어획량이 4만1039t에 달했는데 2021년 3만1563t에 이어 지난해는 1만5709t으로 쪼그라들었다. 보통 참조기는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수온 상승을 고려하면 올해 어획량은 작년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어획량이 줄자 참조기 산지 가격은 올해 ㎏당 평균 2만원대를 넘어섰다. 작년(1만8487원)보다 27.6% 높다. 산지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격은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판매가가 지난해 대비 80% 올랐다”고 말했다.
참조기 부족은 명절 굴비세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 추석 팔리는 굴비세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잡은 물량을 냉동 보관했다가 염장·건조 과정을 거쳐 만든다. 당시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30% 정도 올라 올해 굴비세트 가격도 10~20%가량 비싸졌다.
우럭은 ‘국민횟감’으로 불리며 대형마트에서 연중 판매되는 생선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물량이 급감해 판매가가 작년보다 70% 올랐다. 이에 일부 주요 대형마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우럭 판매를 중단했다.
멍게 시세도 전년 대비 40~50%가량 비싸졌다. 멍게의 제철은 3월로 그 밖의 시기엔 냉동 물량 위주로 공급하는데, 작년부터 고수온이 이어져 생산량이 줄어 냉동 물량까지 달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 여름철 양식 멍게가 대량으로 폐사해 공급 부족이 더 심화했다.
수산물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대형마트는 대체 어종을 찾거나 냉동·해외 물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가 다음달부터 들여오는 세네갈산 갈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는 서해 수온이 올라 생갈치 어획량이 줄어들자 국산 갈치와 맛이 비슷한 세네갈 갈치를 수입하기로 했다.
양지윤/라현진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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