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軍 간부 불확실한 미래 해소하려면

입력 2024-09-04 17:37   수정 2024-09-05 00:19

군인이라는 직업은 타 직군과 다른 특수성을 지닌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임무·훈련, 이동 제한, 잦은 이사 및 주거지 제한, 계급·연령 정년 제도로 인한 조기 퇴역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특수한 환경 아래에서 직업군인들이 전·후방 각지에서 묵묵히 헌신·봉사하고 있다.

그런데 병사 복무기간 단축과 봉급 인상 등의 부정적 여파로 초급 간부(임관 5년 차 이하)와 중간 간부(5~10년 차), 중견 간부(10년 차 이상 장교·부사관)의 전역이 크게 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이탈을 보완할 수 있는 학군장교(ROTC), 3사관학교, 부사관 등 초급 간부 지원율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출생으로 인한 병력자원 감소 추세와 맞물려 현재 우리 군의 근간을 뒤흔드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군 간부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급여와 복지 등 근원적인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 나가면서 미래세대 눈높이에 맞지 않는 복무 환경을 개선하고, 군 복무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까지 해소할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아래의 세 가지 제언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간부 임용 및 활용 목표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사관생도는 장교 임관과 동시에 장기, 3사관은 중기(복무 후 장기 전환), 학군 및 학사는 주로 단기 복무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출신과 상관없이 의무 복무기간 후 장기 복무를 원할 경우에는 그것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계급별 정원이 한정돼 있음을 고려해 행정이나 전투근무 지원 같은 현역 직위를 군무원 직위로 전환하는 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역이 전투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독일 국방부처럼 ‘민간군사기업’(PMC: 군수, 교육·훈련 등 비전투 분야의 아웃소싱 업무 담당)을 설립해 전역 간부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초급·중간 간부들의 자기 계발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해당 직군 및 계급에서 잠재력 발휘에 요구되는 필수능력을 군내 필수교육·훈련뿐만 아니라 각종 직업학교, 일반대학 및 대학원에서의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이스라엘 군은 초급·중간 간부들에게 충분한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해 사회 진출 때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격오지 근무로 어려움을 겪는 간부들에게는 더 많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남북한 간 군사적 대립으로 인해 긴장이 높아지면 전투대기율이 올라가고, 심리적·육체적 피로도 커진다. 이런 문제로 전투병과에서 타 병과로 전과하려는 간부가 증가하고 있음을 적절히 인식해 수당 및 진급 등에서 우선적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셋째, 중견 간부들의 전역 이후 삶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초급·중간 간부 이탈로 인해 사회적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중견 간부는 군에서 가장 많은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고, 가족 부양으로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계급군이다. 이들이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역 이후 재취업 문제다. 이와 관련, 미국 및 유럽처럼 차제에 취업 제한 규정을 과감히 개선해 전역 후에는 군 관련 유관기관들(방산업체 등)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글로벌 방산업체인 영국 BAE시스템은 매년 전역자를 뽑고 있고, 현재 6500여 명의 예비역이 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군 간부의 복무 및 처우 여건 개선은 국방부 및 각 군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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