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안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 2월엔 주 4일제 도입을 총선 공약에 담을 것을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월 한국노총을 찾아 주 4.5일제 도입부터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지난달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임금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19시간보다 155시간(9%) 많았다. 하지만 이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태에서 생산 총량을 맞추려면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7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OECD 평균의 76% 수준이며 미국 독일 등과 비교하면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가능하다. 소득이나 매출 감소를 초래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도, 회사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 삭감 없이 주 40시간이 32시간으로 바뀌면 어느 날 갑자기 임금 지급 부담만 20% 늘어나게 된다. 중소·영세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 감당할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목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근로시간 단축을 정책으로 실현하고자 한다면 주 52시간제 탄력 적용 등으로 생산성을 높인 뒤 도모하는 게 순서다. 노동계 요구만 쫓아다녀선 포퓰리즘 정당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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