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로 변한 고궁…외국인들, 韓 전통에 빠졌다

입력 2024-09-04 17:40   수정 2024-09-05 01:36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과 맞물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 이벤트가 열리는 가운데 고궁과 한옥이 핵심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의 헤리티지를 접하고 싶은 해외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유서 깊은 궁궐과 한옥 속에 한국 동시대 미술 작품이 늘어선 모습은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에게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유적지를 활용한 전시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대한제국 황실 가족이 살았던 창덕궁 낙선재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40대 작가 우국원의 작품이 걸렸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한국 현대 작가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는 ‘K-헤리티지 아트전’을 열면서다. 우국원을 비롯해 곽훈, 김선두, 남춘모 등의 작품이 나왔다. 전시는 오는 8일까지.

서울 사직동에 자리 잡은 운경고택에선 지난 3일부터 이완의 개인전 ‘랜덤 액세스 메모리 3: 기록과 기억’이 열리고 있다. 조선 14대 임금인 선조의 후손이자 국회의장을 지낸 운경 이재형(1914~1992)이 살았던 장소에 2017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돼 해외 미술계에도 잘 알려진 이완의 최신작을 선보인 것. 21세기 데이터 축적 기술이 가져온 인간과 삶의 변화에 주목한 작품들이 20세기 한국 현대사 격동기를 거친 인물의 손때가 묻은 공간에 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이어진다.

민속문화재 14호인 서울 가회동 휘겸재엔 한국 미술을 이끌어갈 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다이얼로그: 경계인간’ 전시다. 7명의 유망 작가가 선보인 회화, 조각, 설치작품 50여 점이 나왔다. 고택 정원이 보이는 중앙홀 들보에 걸린 이병호 작가의 형형색색 조각, 조선시대 책가도(冊架圖)를 요즘 어법으로 재해석한 오제성 작가의 ‘INDEX#3_다보각경도’ 등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맥락화한 전시라 흥미롭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미술 작품으로도 해외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에 익숙해지면서 전통 문화유산과 역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기관들도 ‘한옥 갤러리’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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