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소환장…美, 반독점 조사 속도

입력 2024-09-04 17:53   수정 2024-09-0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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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쟁당국이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반독점 제재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고 알려진 미국 법무부(DOJ)는 한 달 만에 엔비디아에 출석 및 증거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구글이 반독점 소송 1심에서 패한 이후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애플 아마존 메타 등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고발에 한 걸음”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엔비디아 등의 기업에 소환장을 보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관련 기업들에 설문지를 보내 반독점법 위반 소지를 확인한 데 이어 증거 제출 또는 출석 의무가 있는 명령을 내려 조사 강도를 높인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기업의 반독점 혐의 수사 역할을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소환장 발부를 두고 “정부가 공식 고발을 시작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등이 증거와 증언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법무부가 반독점법 소송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합의에 이르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긴 법적 분쟁에 들어간다.

법무부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주축으로 엔비디아가 자사 AI 칩을 이용하지 않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공급 업체를 바꾸지 못하도록 강제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자사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거나 전체 시스템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가격을 우대하는지도 법무부가 들여다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법무부는 4월 엔비디아가 발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런에이아이(Run:AI) 인수도 조사 중이다. 런에이아이는 적은 AI 칩으로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상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인수 당시 업계에서는 런에이아이 기술이 보급될 때 AI 칩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엔비디아가 시장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인수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엔비디아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자사의 (높은) 시장 지배력은 더 빠른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의 품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점유율을 80~95%로 평가하고 있다.
○4대 빅테크 모두 반독점 리스크
조 바이든 행정부는 ‘빅테크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FTC 위원장을 중심으로 반독점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4대 빅테크로 불리는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가 모두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다. FTC는 지난해 9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 지배력을 통해 판매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올 3월에는 법무부가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독점을 문제 삼았다. 메릭 갈란드 법무장관은 “애플은 자기 제품을 좋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다른 회사 제품을 나빠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독점적인 힘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SNS 경쟁자를 인수해 독점적 지위를 키웠다는 혐의로 2020년 12월 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특히 지난달 워싱턴DC 연방법원이 4년 전 제기된 구글 검색엔진 반독점 소송에서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빅테크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법무부는 구글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웹 브라우저 크롬 두 개 기업으로 쪼개는 초강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반독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이든 정권 내내 지속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기업 독점으로 규정해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러미 호퍼달 중앙아칸소대 경제학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반독점을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한다”며 “가격 인상에 맞서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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