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4일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작년 5월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작성했다. 침하 및 공동 이력, 침수구간, 지하철역 주변, 노후 관로 주변, 공동 발생률 등을 참고해 구간별로 위험등급을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불량)로 나눴다. 자치구별로 지반 침하 가능성이 높은 D~E등급 구간은 강남구와 중구가 11곳으로 가장 많고, 종로구가 8곳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등급을 산출하는 모델이 공동 발생률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작년 5월까지 취합한 데이터로 등급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연희동 도로가 D(미흡) 또는 E(불량) 등급이었다면 매년 해빙기와 우기 전후로 시행하는 반복 조사를 통해 위험도를 사전에 감지했을 수도 있다. 현 공동 조사 방식과 시 관리 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 공동탐사반 전문인력은 5명에 불과하다. 일부 구간에선 용역회사 직원을 고용한다. 차량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 2대로 특별점검을 하는데 지하 2~3m 아래로는 탐사하지 못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시는 이날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반침하 사전 예방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했다. 공사장 주변 GPR 탐사 횟수를 연 1~2회에서 매달 1회로 늘리고, 지반침하 안전 지도를 작성하는 게 골자다. 이 의원은 "서울시 지반침하 위험구역은 공동조사를 통해 5단계로 평가하는데, 이번 서대문구 싱크홀 구간은 B등급이었다"며 “인력과 장비를 더 확충해 A~C 구간도 집중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무분별하게 늘어난 지하 매설물의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곤 전 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철, 전력구, 통신구 등 각종 매설물이 최대 지하 50m 아래까지 조성되는 걸 감안하면 기계로 찾아내지 못하는 공동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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