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러·북 군사협력을 강력 규탄했다. 기존 ‘21세기동반자관계’를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로 격상하는 논의에도 속도를 내는 한편 경제·안보·인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해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 간 결속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럭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이 같은 내용의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뉴질랜드 총리가 양자 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두 정상은 △무역 및 경제 △과학·교육 및 인적 교류 △국방 및 안보 △지역 및 국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보와 관련해선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북한·러시아의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 데 이어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증진을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비핵화된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이룩하기 위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도 럭스 총리는 지지를 표명했다.
두 정상은 내년 한·뉴질랜드 자유무역(FTA) 10주년을 맞아 경제협력을 지속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특히 지난 10년간 양국 간 무역이 약 두 배 증가한 것을 거론하며 추가로 협력할 부분이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측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1981년 체결한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협상도 지속할 예정이다. 이는 해외에서 소득을 얻은 기업이 소득 발생 국가나 본국 중 한 곳에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한 협정이다.
윤 대통령은 뉴질랜드를 ‘핵심 파트너’라고 말하며 “양국이 긴밀한 협력으로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기여를 계속 강화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럭스 총리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한국의 경제 규모와 탁월한 혁신 덕에 뉴질랜드는 한국의 여섯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가 됐고, 양국 교역량이 증가해왔다”고 화답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