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에 마음 굳힌 체코…尹 "성공적 완수 위해 협력"

입력 2024-09-04 17:59   수정 2024-09-05 01:42


4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토마시 포야르 체코 국가안보보좌관이 “체코는 한국과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두코바니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선정된 데 항의하는 상황에서 체코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고위 당국자가 최종 계약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야르 보좌관을 접견하고 원전 사업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정부가 지난 7월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의 하나인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팀 코리아’를 선정한 것은 한·체코 협력 강화에 대한 양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체코 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 규모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총 사업 규모는 약 24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수주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기술이 자사 특허에 기반한 것이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포야르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웨스팅하우스의 반발로 한수원의 원전 수주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체코 정부는 원전 분야뿐 아니라 산업, 투자, 방산, 교통, 연구개발(R&D) 등에 걸쳐 한국과 전면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페트르 피알라 총리의 초청에 따른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이 한·체코 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이후 경제사절단과 함께 체코를 국빈 방문한다.
웨스팅하우스 소송 관계없이 韓 원전 기술력에 신뢰 드러내
내년 3월 수주 최종계약 청신호
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팀 코리아’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거듭 딴지를 거는 상황에서 “최종 계약을 확신한다”는 체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맺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음을 사실상 확인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체코 정부가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 및 신용도에 대한 신뢰를 밝혔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전 계약 관련 사안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체코 특사의 발언으로 사실상 논란은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시 포야르 체코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며 “체코는 한국과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야르 보좌관은 한발 더 나아가 이달 예정된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기간에 원전뿐만 아니라 산업, 방위산업, 교통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웨스팅하우스의 문제 제기가 ‘몽니’에 가까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 체코 반독점당국에 한국이 원천기술을 도용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수원 원전의 원천기술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같은 내용으로 한수원 등을 상대로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압박해 관련 분쟁을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달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체코전력공사가 두코바니 원전 완공을 위해 선정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한국 원전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외교가에선 양국 외교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피알라 총리와 환담하면서부터 원전 세일즈에 공을 들였고, 올해 NATO 정상회의 때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면서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최선을 다해 내년 3월 공식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도록 저부터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해 최종 계약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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