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줄 서서 먹었는데"…유명 맛집 알고 보니 '충격' [더 머니이스트-백광현의 페어플레이]

입력 2024-09-06 09:29   수정 2024-09-06 09:52


#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으로 맛집을 찾는 것을 즐기다 얼마 전 낭패를 봤습니다. SNS에서 하나같이 칭찬 일색인 맛집을 발견하고 아내와 함께 찾아갔지만,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입니다. A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식당에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도착해 30분 이상 줄을 서 기다렸지만 막상 음식을 먹어보니 맛이 동네 음식점보다 못했습니다. SNS에 속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식당을 소개한 SNS 글은 일부 블로거들의 대가성 글들이 도배된 이른바 ‘뒷광고’ 글이었습니다.

‘블로거지’, ‘광고스타그램’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블로거와 거지를 합친 말인 블로거지는 상품이나 식사 등의 서비스를 받고도 해당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그 대가로 과장되거나 왜곡된 광고 글을 써주는 블로거를 부르는 말입니다. 인스타그램을 광고용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을 광고스타그램이라고도 합니다.

최근 SNS를 통해 일상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영향력과 파급 효과를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등장했고, 사업자들은 인플루언서에게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고 후기글 게시를 의뢰하는 등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 규모가 성행하고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일부 비양심적인 SNS 운영자들의 대가성 글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SNS에 대가 지급 사실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글을 접한 소비자들은 이 글이 해당 사업자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기초로 작성된 상업적 광고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 이러한 인플루언서의 글로 인해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나 구매 결정하는 것을 방해받거나 제한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9월1일부터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원칙 및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매체별 공개 방식과 예시 등을 규정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해관계’란 광고주와 경제적인 관련성을 갖는 모든 경우를 말합니다. 현금, 상품권, 할인권, 적립금 등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거나 상품 무료제공, 무료대여, 할인혜택 제공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서 직접 개발 제품에 대해 미용실 소속 헤어디자이너가 무료 또는 할인가로 제품을 구매해 추천·보증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는 소비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이나 동영상 안이나 게시물의 제목 또는 첫 부분은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이지만, 반대로 ‘더보기’ 등과 같이 추가적으로 클릭해야만 표시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나 댓글에 표시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위치에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경제적 이해관계는 배경이나 다른 글자의 색과 구분되는 색을 사용해 작성하거나 큰 글씨로 표시해야 합니다. 글자 색이 배경과 유사하거나 글씨 크기가 너무 작아 알아볼 수 없는 경우에는 적절한 방법으로 표시됐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없는 것처럼 또는 모호하게 표시하는 것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사용해 보았음’, ‘체험단’, ‘이 글은 정보/홍보성 글임’은 명확한 내용을 표시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요즘 스마트폰부터 여행까지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전에 직접 사용해 본 사람들의 SNS 후기 글을 많이 참고합니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물건)했다거나 ‘직접 구매해 사용’했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혹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실제 후기가 아닌 금전적인 대가를 받은 광고가 사용 후기로 둔갑하면 소비자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합리적이고 올바른 구매 선택의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이라면 자율적으로 법을 준수해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히 공개해야 하겠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기만적인 광고에 속지 않고 보다 다양하고 사실적인 상품 정보를 통해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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