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그렇게 잘못했나요?"…'과징금 1628억' 이유 있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입력 2024-09-05 07:05   수정 2024-09-05 07:18



온라인 쇼핑몰이 검색 순위와 평점을 입맛대로 바꿨다면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만약 유죄라면 벌금을 얼마나 물어야 될까요? 지난 6월 13일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쿠팡이 검색 순위와 평점을 조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쿠팡은 '우리 가게의 상품을 고객 취향에 맞게 배열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취지로 반박을 했는데요. 이 반박을 뚫고 국내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물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 이영희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입니다.



▶서기관님. 쿠팡은 민간기업이잖아요. 공공도서관의 인기 도서 순위를 정하는 것도 아니고, 국립 휴양림 펜션 시설의 예약순번을 정하는 것도 아닌 민간기업이 자사 사이트를 마음대로 꾸미는 게 2000억원 가까이 과징금을 물어야 할 만큼 잘못된 건가요?

"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율하는 법률 중에 공정거래법이 있는데요. 공정거래법에서는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이용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행위,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계에 의한'이란 어떤 건가요?

"'소비자를 속인다'라고 쉽게 생각하시면 되고요. 이번 쿠팡의 위법 행위처럼 검색 순위나 구매 후기와 같이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 선택할 때 굉장히 중요한 고려 요소로 생각하시는 요인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서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행위에 해당되고,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됩니다."



▶쿠팡 문제를 이해하려면 직매입 상품, PB 상품, 중개 상품이라는 유통 용어를 알아둘 필요가 있던데요. 먼저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은 기본적으로는 쿠팡이 사서 팔고, 남으면 재고를 쿠팡이 떠안는 상품들입니다.

이 가운데 직매입 상품은, 라면을 예로 들면 쿠팡이 농심, 오뚜기 라면을 사다가 팔고 남으면 재고를 떠안는 상품입니다. PB 상품은 쿠팡이 라면 제조사에 '이러이러한 맛의 라면을 이 가격에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 제작한 상품에 '쿠팡 라면'하는 식으로 자사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입니다. 재고부담을 쿠팡이 떠 안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중개 상품은 뭔가요?



"중개 상품은 쿠팡 입점업체들이 직접 상품을 구매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때 쿠팡은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거래를 중개해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합니다. 똑같은 'A라면'을 검색했을 때 쿠팡의 검색 화면에는 쿠팡이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라면과 입점업체가 판매하는 라면이 모두 같이 섞여서 노출되게 됩니다."

▶같은 사이트에서 다른 사업자(입점업체)의 상품을 소비자에 중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그 플랫폼에 쿠팡이 자기 상품도 같이 팔면서 빚어지는 이해상충이 문제의 본질 같은데요. 그렇다면 쿠팡이 직매입 상품이나 PB 상품 같은 자기 상품만 팔거나 네이버쇼핑, 11번가처럼 중개 상품만 팔았다면 문제는 없었던 건가요?

"네. 그렇게 보실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사건은 쿠팡이 가지는 독특한 지위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쿠팡은 자기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이자 입점업체의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 사업자의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상품과 중개 상품을 섞어서 검색순위를 산정하고 알고리즘을 운영하는 심판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사업자입니다."

▶쿠팡은 대형마트도 자사 PB상품을 눈에 잘 띄는 진열대에 배치하는데 쿠팡 사이트와 뭐가 다르냐고 항변합니다.



"소비자들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했는데요. 크게 두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보통 마트나 편의점 같은 곳은 자기 상품만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쿠팡처럼 입점업체가 입점해서 중개를 하는 중개 상품은 없죠."

▶PB 상품은 판매하지만 다른 사업자가 입점해서 팔다가 못 팔면 재고를 가져가는 중개 상품은 없다라는 말씀인가요?

"없습니다."

▶쿠팡에는 자기 상품과 중개 상품이 섞여 있고요?



"네.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온라인 쇼핑몰의 검색 순위가 가지는 의미와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이 가지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검색을 해서 도출되는 순서가 굉장히 중요한 구매선택의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눈에 잘 띄는 위치는 있어도 그 위치 자체 만으로 소비자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상품으로 지정이 됐다던지 하는 상품은 없다라는 점에서 크게 다릅니다."

▶마트는 어디에 배치를 했든 소비자가 전부 다 둘러보면서 살 수 있는데, 쿠팡 같은 온라인 사이트는 아무래도 사이트 윗부분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거군요.

"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눈에 잘 띈다고 해서 잘 팔리는 상품이라고 소비자들이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쿠팡의 첫 번째 잘못으로 지적한 게 알고리즘 조작이었는데요. 알고리즘을 조작하면 검색순위가 정말로 크게 뒤바뀌나요?



"네, 바뀝니다. 알고리즘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대표적인 위반유형은 어떤 특정 상품을 검색순위 상단 2위, 3위, 5위에 고정 노출하는 방식의 알고리즘을 이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100위권 밖에 있던 상품을 1위로 끌어 올려서 1년 9개월 동안 장기간 1위에 노출시키고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순위는 보통 판매량이나 가격 순서인 줄 아는데 쿠팡은 '쿠팡 랭킹'이라는 순위가 따로 있더라구요. 쿠팡 랭킹의 제일 위에 나오는 상품이 반드시 판매량이 많거나 소비자의 평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거잖습니까.



두 번째 잘못한 부분으로 지적한 사항이 임직원들을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후기를 달게 하고 높은 평점을 주게 해서 평점을 조작했다는 건데요. 쿠팡은 온라인 유통업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쇼핑 플랫폼 중에서 자기 임직원을 이용해서 자기 상품의 구매 후기를 달게 하고, 높은 평점을 부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고요. 현재도 그러한 사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쿠팡은 “상품 추천 기준을 정부가 정하고 기업에 따르라고 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라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상품 추천을 한 행위라고 볼 수는 없고요. 쿠팡이 쿠팡 랭킹을 운영하면서 대외적으로는 판매 실적, 소비자의 구매 만족도,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객관적인 순위인 것처럼 홍보함으로써 '소비자를 속여 해당 상품을 구매하게 했다'는게 문제인 겁니다."



▶핵심은 소비자에게 이로우냐 아니냐일 텐데요. 정부가 온라인 사이트의 상품 노출 순서까지 규제하다보면 가격만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 우려를 하실 수 있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쿠팡의 내부 자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쿠팡이 이렇게 자기 상품을 장기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기 상품 뿐 아니라 중개 상품까지 쿠팡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의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했다는 사실을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더 올라갔다구요?

"소비자들께서 비싸게 상품을 구매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라고 확인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규제한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 이번 조치를 통해서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검색 순위를 공정한 경쟁 수단으로 활용할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판단합니다. 소비자들도 요새 물가가 굉장히 높아서 걱정이 많은데 싸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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