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사무실부터 구내식당까지 다 내어주더니"…스타트업 기술 축제 '슈퍼스타트 데이' 개최

입력 2024-09-05 15:15   수정 2024-09-10 14:54



음성만으로 인지장애와 치매를 판별하고 피를 보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AI로 탈모를 진단하고 무거운 원판 없이도 원하는 무게와 속도로 바벨 운동을 할 수 있다. 미래 병원의 모습이 아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슈퍼스타트데이’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이 선보인 기술이다.

LG는 2018년부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매년 기술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9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올해 행사의 키워드는 ‘Play First’였다. 즐거움에서 혁신의 영감이 탄생한다는 주제답게 올해 슈퍼스타트데이는 축제처럼 진행됐다.
음성으로 치매 측정하고 모터 기술 적용한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오후 1시가 되자 LG사이언스파크는 슈퍼스타트데이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행사 첫날에만 2500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4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0여 개 스타트업과 LG가 1년간 육성한 12개 스타트업이 부스를 차렸다. LG그룹 각 계열사의 연구인력이 모여 있는 연구단지답게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도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스타트업 부스를 돌아다니며 기술 시연을 관람하고 스타트업들과 네트워킹을 쌓았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 스타트업이 대거 참가했다.



LG가 1년간 육성한 스타트업 중 하나인 ‘무인탐사연구소’의 조남석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관, 투자자, 학계에 성과를 발표하고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LG와의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달이나 화성 등 극한의 환경에서 탐사할 수 있는 로버와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NASA 프로젝트에도 몇 차례 참여했을 정도로 한국 우주 스타트업 중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1년간 기술 협업 등을 통해 이 스타트업을 육성했고 LG전자의 로봇선행연구소가 함께 국책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내년 누리호 4차 발사에도 무인탐사연구소가 개발한 모터 제어기가 큐브위성(초소형 인공위성)에 실릴 예정이다.
음성만으로 치매 인식·비침습 혈당측정 등 다양한 기업 참가
AI 기술로 학계와 글로벌 시장에서 인증받은 스타트업도 대거 참가했다. AI로 치매를 진단하는 ‘보이노시스’는 음성 테스트로 인지장애와 난청을 테스트하고 뇌 건강을 측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3단계의 간단한 검사만으로 뇌 건강을 진단할 수 있었다. 먼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쓰고 5초간 “아~” 소리를 내는 음성 검사를 진행한다.

다음은 그림 검사다. 토익 스피킹 시험을 보는 것처럼 화면에 등장한 그림을 15초간 자세하게 묘사하면 됐다. 그다음은 숫자 세기다. 303부터 285까지 역순으로 숫자를 세어 나가면 된다. 쉬울 것 같지만 꽤 헷갈린다. 세 가지 검사가 끝나자 즉시 인지장애, 난청 검사 결과를 종합한 뇌 건강 지수가 떴다.

결과는 26점. 100점에서 멀어질수록, 즉 점수가 낮을수록 뇌가 건강한 것이다. 이 검사에서 문장의 맥락이나 문법, 유창성 등 말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목소리의 높낮이나 발화 특성 등 음향적 특성만으로 AI가 치매 질병을 판별한다.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보이노시스 기술의 치매 환자 검출 정확도는 87%에 달한다. 이 회사 대표인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가 난청, 인지장애, 치매 환자들의 음성 변화를 감지하고 개발한 솔루션이다.

보이노시스는 2023년 국제 음향음성 신호처리 학술대회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질환 인공지능 판별 세계대회(The MADRess Challenge)’에서 이 기술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AI 솔루션 기업도 참여했다. 케이엘큐브는 한국어를 수어로 변환하고 변환된 수어를 3D 아바타가 표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청각장애인은 글을 읽을 수 있는데 왜 이 같은 서비스가 필요할까.

고윤창 케이엘큐브 DX팀장은 “수어는 언어와 달리 조사가 없고 청각장애인은 수어가 제1 언어인 만큼 한국어 문해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진다”며 “은행, 공공기관 등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서비스에 수어 통역 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역으로 수어 동작을 인식해서 텍스트로 표현하는 기술도 현재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비침습’ 혈당측정 기술도 전시됐다. 스타트업 ‘아폴론’은 라만분광을 이용해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 검사가 가능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라만분광이란 레이저 빛이 물질에 닿아 산란될 때 발견되는 진동으로 간질액 속 포도당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아폴론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임상을 진행 중이다. 홍아람 아폴론 대표는 “한국과 미국에 출원한 특허만 26건”이라며 “전임상 오차율(MARD)은 6.6%로 우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스에서는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근력 운동기구지만 무거운 바벨과 원판이 없다. 스쿼트부터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로우, 랫풀다운 등 바벨과 케이블머신을 통해 할 수 있는 근력운동을 하나의 기구에서 수행할 수 있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모터 기술로 무게추를 대신한 운동기기 ‘모티브’다. 일자 모양의 바, 밧줄 형태의 로프, 일반 손잡이 등을 호환할 수 있고 기구에서 고정점을 바꿔가며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다. LG이노텍에서 모터와 액추에이터를 개발하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모티’가 선보였다.

LG, 사무실부터 구내식당·셔틀버스·인력까지 아낌없이 지원

LG는 2018년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오픈했을 때부터 스타트업이 임대료 걱정 없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전용 공간(슈퍼스타트 랩)을 마련하고 이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공간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셔틀버스와 구내식당 이용 등 LG 임직원 수준의 복지도 제공했다.

2022년부터는 그룹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슈퍼스타트’를 출범해 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LG 계열사와 외부 파트너인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AC), 공공기관, 대학 등을 유망 스타트업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하면서 동시에 직접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의 사업성과 기술을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사업화 검증(PoC)’을 진행하고 마케팅, 구매, 재무,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LG 임직원 자문단을 구성해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가 하나의 거대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LG가 LG사이언스파크를 통해 발굴하고 지원했던 스타트업이 7년 간 기업과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은 1200억원을 돌파했다.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박일평 사장은 “스타트업들이 2만5000여 명의 LG 구성원이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아이디어와 기술을 검증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LG 슈퍼스타트의 가장 큰 힘”이라며 “올해 슈퍼스타트데이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영감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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