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고 오래간다’는 스포츠계 격언이 있다. 오랜 무명 시절을 딛고 생애 첫 승을 거둘 때까지 수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을 기울인 만큼 그 진가가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늦게 핀 꽃은 배소현(31)이다. 지난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프로 데뷔 7년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두더니 3개월 만에 3승을 쓸어 담았다.
배소현의 꽃은 아직 만개하지도 않았다. 지난주 KG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하며 다승왕 경쟁에 가장 늦게 뛰어든 그가 내친김에 가장 먼저 4강에 선착할 기세다. 배소현은 5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이천G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KB금융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여름에 접어들면서 이예원의 기세가 한풀 꺾였고 박현경과 박지영, 배소현이 차례로 3승 선수가 되며 다승왕 경쟁이 4강 구도로 재편됐다. 한 시즌에 3승 이상을 거둔 선수가 네 명 나온 것은 2015년 이정민(3승) 박성현(3승) 전인지(5승) 고진영(3승) 이후 9년 만이다.
네 명의 3승 선수가 모두 도전장을 낸 이번 대회는 ‘누가 가장 먼저 4승에 선착할 것인가’로 관심을 모았다. ‘3승 선수’ 박지영 배소현 박현경이 샷 대결을 펼친 메인 조에는 평일임에도 2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배소현은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한 전반엔 정확한 샷을 앞세워 버디만 3개를 몰아치더니 후반엔 폭우 속에서도 2타를 더 줄였다.
배소현의 끝없는 상승세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7년 만에 찾아온 첫 승에 만족하지 않고 이후에도 연습과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배소현의 스승인 이시우 코치는 “최근 스파이크를 벗고 양말만 신은 상태에서 스윙하거나 무게중심을 가운데 두고 하체로 지면을 누르면서 도는 연습을 하는 등 에이밍과 밸런스에 집중한 결과 샷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승왕 경쟁 중인 박현경은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타 차 공동 4위(3언더파), 이예원과 박지영은 3타 차 공동 8위(2언더파)에 이름을 올려 남은 사흘 동안 우승 경쟁을 할 발판을 마련했다.
유현조는 자신의 생애 첫 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할 기회까지 잡았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인 유현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김효주(29)와 함께 1타 차 공동 2위(4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그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신인왕 포인트 310점을 획득해 이동은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지난주 대회를 앞두고 골반 통증과 염좌, 피로 누적으로 기권한 윤이나(21)도 공동 8위(2언더파)로 무난한 복귀전을 치렀다. 상금랭킹 5위(7억7760만원), 대상 포인트 3위(344점)를 달리는 그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각 부문 개인 타이틀 경쟁은 더욱 불붙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 걸린 우승상금과 대상 포인트는 각각 2억1600만원과 100점. 상금랭킹 1위(9억8610만원) 박지영과 윤이나의 격차는 2억850만원, 대상 1위 박현경(410점)과의 격차는 66점이다.
이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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