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5일 17: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수요예측이 한꺼번에 몰리는 ‘빅데이’가 반복되고 있다. 추석 전에 자금을 일찌감치 마련하려는 기업들이 몰려든 결과다. 기관투자가의 '뭉칫돈'도 쏟아지면서 이달 회사채 주문액이 14조원을 넘어섰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증권(3000억원), 현대제철(2000억원), 우리금융에프앤아이(1500억원), 삼척블루파워(1500억원) 등 4곳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동시에 열렸다.
수요예측 결과 삼성증권은 3000억원 모집에 2조2900억원의 매수주문을 확보했다. 3년물에 1조3700억원, 5년물에 9200억원이 접수됐다. 현대제철과 우리금융에프앤아이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현대제철은 2000억원 모집에 1조56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3년물에 8900억원, 5년물에 4200억원, 7년물에 2500원이 각각 접수됐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목표 금액의 9배가 넘는 1조4070억원의 기관 주문을 받았다. 삼척블루파워는 1500억원 모집에 1393억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추가 청약을 거치면 ‘완판’에 성공할 전망이다.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 일정이 촘촘하게 잡히고 있다. 기업 4~5곳이 같은 날 나란히 수요예측을 하는 ‘빅데이’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일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트랜시스, GS EPS, 하이트진로홀딩스, 신한금융지주(신종자본증권) 등 5곳의 수요예측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빅데이는 회사채 발행 일정이 몰리는 연초에 주로 포착된다. 이달에 회사채 발행이 쏟아진 것은 오는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것과 맞물린다. 출렁이는 시장금리의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도 하반기 막바지 ‘큰 장’이 열리자 회사채 담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달 기업 14곳의 회사채·신종자본증권의 수요예측에 접수된 기관투자가의 매수주문은 총 14조7143억원(5일 기준)에 달한다.
신용도에 무관하게 ‘완판’ 행진도 진행 중인 것도 특징이다. ‘AA+’ 우량 신용도를 갖춘 삼성물산은 2조원이 넘는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 한화, 하이트진로홀딩스 등 그룹 지주사 회사채도 인기를 끌었다. 신한금융지주, JB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은 개인투자자 매수세에 힘입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은행채 폭탄 우려가 사라진 점도 회사채 시장에 호재로 꼽힌다. 그간 회사채 투자수요를 빨아들인 은행채 발행세가 주춤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3조2800억원에 달했다. 대출 수요가 커지며 은행채 발행이 급증한 탓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가 속속 이뤄지면서 은행채가 순발행에서 순상환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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